작전 짠 듯 움직이는 與… ‘한명숙 구하기’ 넘어 檢개혁 겨눴다

작전 짠 듯 움직이는 與… ‘한명숙 구하기’ 넘어 檢개혁 겨눴다

기민도 기자
입력 2020-05-20 22:22
수정 2020-05-2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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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 “한명숙 사건 재조사”

故한만호 “檢 지시로 진술” 비망록 거론
최고위 이어 법사위서도 잇단 문제제기
공수처 수사까지 언급… 개혁 추진 의지


野 “선거 이겼다고 법치 위에 올라서나”
진중권 “재심 신청하면 될 일” 비판나와
韓측 변호인 “재심 등 어떤 상의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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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공개된 한만호 비망록과 관련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진실이 10년 만에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공개된 한만호 비망록과 관련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진실이 10년 만에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재조사를 일제히 촉구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한신건영 대표였던 고(故) 한만호씨의 비망록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근거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지도부와 가까운 한 전 총리의 명예회복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검찰·사법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재조사 필요성이 일부 제기됐지만 이날은 민주당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에 이어 박주민 최고위원도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주장했다.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당 차원의 지침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재판 당시부터 ‘한 전 총리는 검찰의 표적 수사로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당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항변을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며 “지금 비망록을 보니까 검찰이 한마디로 참 나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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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재조사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재조사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언들을 보면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사건이 검찰·사법개혁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박 최고위원은 “비망록을 둘러싼 의문은 오랜 검찰개혁 과제인 검찰의 정치 개입과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은 “일부 법 집행 과정에서 잘못된 일탈행위가 있었던 건지,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던 건지,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재조사를 통해 검찰·사법개혁의 추진 동력을 찾아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한씨의 1200페이지짜리 옥중 비망록에는 “검찰이 적어 준 ‘모범답안’을 외워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진술했다”, “검찰이 조서도 주며 외우게 하고 시험도 쳤다”는 등의 논란이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접견 녹취록, 한씨의 법정 증언, 대법원 판결 등에 비춰 보면 허위증언 암기를 강요했다는 비망록 내용은 허위임이 분명하고 재판 과정에서도 그러한 주장이 허위로 판명돼 유죄 선고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대법관 전원이 유죄로 인정한 범죄를 여당이 뒤집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거대 여당이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있다는 비난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대법 판결에) 이의가 있다면 당정이 나설 일이 아니라 한 전 총리 자신이 새로운 증거와 함께 법원에 재심을 신청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미래한국당 조수진 대변인은 “선거에서 이겼다고 법치를 밟고 법치 위에 올라서도 된다고 (민주당은)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변호인단에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재심 신청 가능성과 관련, “최근 어떤 상의도 한 적이 없다”며 “지금 무슨 말을 하면 그게 다 어떤 입장인 것처럼 될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20-05-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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