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관계장관회의 주재후 서울 오기 전에 결단 관측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하면서 어느 시점에 이런 ‘민감한 결정’에 도달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당장은 측근 참모들조차 정 총리가 언제 사퇴를 결심했는지에 대해 말을 아껴 아직은 그의 거취에 관한 결정 과정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전날부터 이날 오전 10시 전격 사퇴 기자회견을 열기 전까지 정 총리의 동선을 들여다보면 전날 오후께가 결단 시점이라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총리는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참사 수습 방안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1시간 20분간 열었는데 여기서는 정 총리나 다른 각료의 거취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께. 총리실 일부 관계자들은 총리의 귀경직후께 ‘27일 새벽’에 출근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받았다. 일부 인사들은 이 메시지가 ‘중대 발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짐작을 했다고 한다.
또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나 이호영 총리 비서실장, 이석우 공보실장 등은 총리가 이날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을 3시간 전인 오전 7시께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정 총리는 전날 세종시에서 서울로 출발하기 전 이미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가 이날 서울에서 일정이 전혀 없었던 데다 서울보다는 대부분의 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가 사고 수습 지휘를 하기에 용이하다는 점에서 총리의 서울행이 사퇴회견을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에서다.
한편 정 총리는 사의 표명 기자회견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전 총리의 사퇴회견 직후 브리핑에서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숙고해서 판단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민 대변인은 기자회견 이후 5시간반 가량이 지난 오후 4시께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에게 (사의 표명에 대해) 사전에 말씀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다만 그 시점은 언제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민 대변인을 통해 ‘사의 수용 및 사고수습 후 사표 수리’ 방침을 밝힘에 따라 정 총리는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총리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8일에도 서울청사에서 영상간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릴 국무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에 의해 총리가 꼭 참석해야 할 국무회의나 국가정책조정회의 등에는 참석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사의를 표명한 만큼, 전면에 나서기는 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관련 업무는 정총리 대신 홍윤식 국무1차장이 진도 현지에서 상황을 관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도 이날 총리실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사표 수리까지는)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지혜를 모으고 지원하는 역할은 충실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한부 총리’로서 자칫 영이 서지않는 상황을 우려한 듯이 보인다.
한편 총리실은 정 총리의 전격 사퇴로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김동연 실장은 총리 사퇴 회견 직후인 오전 10시40분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총리 부재시 총리 비서실 및 국무조정실 운영 방안을 긴급 논의했다.
김 실장 회의 이후에도 각 국·실은 따로 회의를 열어 총리 사의 표명 후속조치를 협의하는 등 총리실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온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