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새국면…힐러리 탄력 샌더스 험로, 트럼프 대세 굳히기

美대선 새국면…힐러리 탄력 샌더스 험로, 트럼프 대세 굳히기

입력 2016-02-21 12:09
수정 2019-02-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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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대세론 부활 발판-아웃사이더 샌더스 경쟁력 입증…다음 경선 주목

미국 대선이 민주·공화 양당의 3차 경선을 거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일(현지시간) 치러진 민주당의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와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아웃사이더’ 돌풍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으나, 돌풍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공고한 방화벽을 넘지 못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반면 공화당의 경우 예상대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하면서 대세론을 굳혔다.

민주, 공화 양당의 경선 흐름은 앞으로 지금까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의 경우 클린턴 전 장관이 그동안의 수세국면에서 벗어나 경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공산이 크고, 공화당은 트럼프의 독주 속에 당 주류 진영의 주류 후보 단일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승기 잡은 힐러리…제동 걸린 샌더스

이번 네바다 경선을 계기로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의 팽팽한 구도가 일시에 깨지면서 두 사람의 명암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은 지금까지 외형상 ‘1승1패’의 무승부를 기록한 상태였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0.25%포인트 차의 신승을 거둔 반면,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22.45%포인트 차로 대패해 내용으론 절대적인 수세 국면이었다.

기득권과 부유층 중심의 기존 정치·경제 질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샌더스 열풍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애초 확고한 우위였던 네바다마저 패배할 위기에 처했었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은 47% 대 46%로 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네바다 패배 시 자신이 아성인 사우스캐롤라이나 4차 경선(2월27일)은 물론 10여 개 주 경선이 동시에 열리는 3월1일 ‘슈퍼 화요일’의 빅 승부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클린턴 전 장관은 네바다 승리를 계기로 기존의 열세 구도를 우위 구도로 일시에 되돌려 놓았다. 특히 아이오와처럼 신승이 아닌 5%포인트 이상의 득표 차로 샌더스 의원을 꺾음으로써 처음으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다.

더욱이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텍사스 등 곧 다가올 경선 지역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 확실하게 유리한 곳이어서 꺼져가던 대세론의 불씨를 재점화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역으로 샌더스 의원 입장에서는 남은 경선에 험로가 예상된다.

샌더스 의원은 애초 뉴햄프셔의 압승 여세를 몰아 네바다에서도 승리를 장식한 뒤 4, 5차 경선지역의 열세 구도를 유리하게 돌려놓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이 계획 자체가 틀어지게 됐다.

더욱이 샌더스 의원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큰 표차로 연패를 당하면 한껏 기세를 올려온 샌더스 돌풍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론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밀렸던 샌더스 의원이 네바다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턱밑까지 추격한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언제든 클린턴 전 장관을 따라잡을 수 있는 파괴력과 역량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가다.

CNN 방송은 승패를 떠나 네바다의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 경선이 자칫 장기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고해진 트럼프 대세론…의미 있는 2위 루비오 ‘트럼프 대항마’ 입지 구축

트럼프가 뉴햄프셔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32.5%의 득표율로 압승하면서 그의 대세론은 한층 더 공고해지게 됐다.

특히 트럼프 돌풍이 단순히 바람이 아닌 실체로 잡아가면서 트럼프가 당 후보 지명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는 아이오와 패배 이후 연이어 2승을 챙긴데다가,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부분 승자독식 제도에 따라 대의원도 다른 2, 3위 후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챙겼다.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의원은 50명으로 이중 전체 득표율 1등이 29명을 차지하고, 나머지 21명은 주내 7개 선거구별 1등이 각 해당 지역에 배정된 대의원을 차지한다. 거의 아이오와(30명)와 뉴햄프셔(23명)의 대의원을 합친 규모다.

더욱이 트럼프가 오는 23일 4번째 경선이 열리는 네바다에서도 40% 안팎의 압도적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어 그의 독주 체재는 갈수록 굳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가 네바다에 이어 3월1일 슈퍼 화요일까지 승리하면 그의 대선 후보 지명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당 주류 진영의 ‘반(反)트럼프’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당 주류 진영은 막말과 인종·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가 본선에 나서면 100% 패배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사실상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을 주류 측의 단일후보로 밀고 있다.

여의치 않으면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까지 검토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중재 전당대회는 예비선거에서 어느 주자도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대선 후보 지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가 사실상 조정자 역할을 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다.

이런 상황에서 루비오 의원이 근소하게나마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꺾고 2위를 차지한 것은 내부의 정치공학적 논리로 볼 때 상당한 의미가 있다. 주류 진영이 트럼프에 맞서 주류 진영의 주자들을 루비오 의원으로 단일화하려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루비오 의원이 트럼프 대항마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구축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루비오 의원은 아이오와에서 ‘강한 3위’에 오른 뒤 뉴햄프셔에서 TV토론 실패로 5위로 추락했으나 이번에 2위를 기록하면서 다시 한번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다. 그의 선전은 이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니키 헤일리 주지사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경선 구도는 앞으로 대세 굳히기에 나선 트럼프와 맹추격하는 루비오·크루즈 의원의 `3파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루비오 의원과 크루즈 의원의 2위 다툼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공화당 경선 구도가 3자로 급속히 정리되면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결국 이날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부시가문‘의 총력지원을 바탕으로 최소한 3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이었으나, 10%도 얻지 못한 채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부시 전 주지사의 탈락으로 이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도 경선 지속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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