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열풍’ 샌더스, 힐러리 구축 ‘방화벽’에 주춤

‘아웃사이더 열풍’ 샌더스, 힐러리 구축 ‘방화벽’에 주춤

입력 2016-02-21 10:19
수정 2016-02-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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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정치 개혁 민심 얻고 거센 ‘바람’…견고한 ‘조직’에 막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를 거치며 뜨거운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켰던 미국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20일(현지시간)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치러진 코커스에서 샌더스는 47.7% (66% 개표 현재)의 득표율을 올려 52.34%를 얻은 클린턴을 꺾는데 실패했다. 클린턴이 ‘샌더스 열풍’을 저지하고자 네바다에 다져놓은 ‘방화벽’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이오와에서 클린턴과 사실상 ‘동률’을 기록한데 이어 뉴햄프셔에서 무려 22%포인트를 넘는 격차로 압승을 거뒀던 샌더스의 열풍은 ‘서부’로 이동하면서 그 기세가 주춤해진 모양새가 됐다.

샌더스로서는 기존 주류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변화 욕구와 파격적 공약을 등에 업고 서부의 한복판에서도 거센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했지만, 폭넓은 당내 기반에 두터운 고정지지층을 확보한 클린턴의 ‘조직’을 꺾기에는 힘에 부쳤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무소속 출신으로 민주당의 철저한 아웃사이더였던 샌더스로서는 클린턴이 오래전부터 다져놓은 ‘바닥표심’을 완전히 뒤업는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동부의 초기 경선주와는 다른 ‘서부’만의 독톡한 정치적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인 표심’이 압도하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와는 달리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한 소수인종 표심은 일찌감치 이민개혁을 적극적으로 주창해왔던 클린턴 쪽으로 가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경선때 ‘검은 돌풍’을 일으켰던 버락 오바마 후보보다 클린턴이 더 많은 표를 가져간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중앙무대에서 목소리를 내온 클린턴과는 달리 히스패닉계 사이에서 샌더스의 지명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점도 있다. 지역구인 버먼트 주와 인접한 뉴햄프셔와는 확연히 다른 인종구성과 정서적 호감도가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뒤늦게 바닥을 공략한 샌더스는 대형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조직표와 여성을 중심으로 한 고정표를 잠식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샌더스 돌풍이 이번 네바다 경선을 거치며 약화됐다고는 단정할 수는 없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배 이상으로까지 벌어졌던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 안팎으로까지 좁아진 것은 그만큼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클린턴의 주된 지지기반인 히스패닉계와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 유권자들 사이에서 꽤 ‘이탈표’가 나온 점도 주목할만하다. 주로 히스패닉계로 구성된 네바다 주 조리노동자조합(CWU)이 막판까지 클린턴과 샌더스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뉴햄프셔를 강타했던 샌더스의 ‘정치적 메시지’가 전국적으로도 일정하게 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 개혁과 부자증세,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대학 무상교육,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와 같은 파격적 공약이 상당한 호소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주류정치에 대한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표심이 얼마나 컸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관건은 샌더스가 이번 경선의 향배를 좌우할 최대 승부처인 ‘슈퍼 화요일’ 경선으로 돌풍의 위력을 강하게 살려나갈 수 있느냐이다. 당내 주류의 지지와 막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견고한 ‘아성’을 구축한 클린턴을 누를 강력한 상승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샌더스로서는 일주일 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열리는 프라이머리를 ‘필승의 무대’로 만드는게 절체절명의 과제이지만, 현실적으로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현지 민주당 유권자의 50%를 차지하면서 클린턴 쪽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흑인들의 표심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새로운 좌파의 바람을 일으키는 샌더스는 지난 9개월전 만 해도 민주당의 거물인 클린턴과는 도저히 대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언더독’(underdog·이길 가능성이 없는 후보)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며 주류정치에 정면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월가와 대기업을 공격하는 파격적 공약을 내걸면서 대학생과 청년층, 시민사회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까지 인상하고 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전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한다는 주장은 저소득층과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194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난 샌더스는 어려서부터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수입이 불안정한 삶을 직접 겪으면서 사회개혁과 정치혁명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시카고 대학시절 ‘청년사회주의 연맹’의 회원으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베트남전 반대 평화운동, 인종차별 철폐운동, 노동운동에 참여하면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변신했다.

중산층과 노동·소외계층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민주·공화 양당체제에 반감을 느낀 샌더스는 1981년 무소속으로 버몬트 벌링턴 시장직에 도전했다. 단 10표 차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샌더스는 이후 시장 4선, 하원의원 8선을 거쳐 2006년 연방 상원의원에 진출했지만, 계속 무소속을 고집했다. 북유럽식 사회 민주주의 모델을 지향하는 그는 1991년 하원 내에 원내 ‘진보회의’를 설립했고 처음 8년간 회의를 주도했다.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결정하는 표결에서는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또 상원의원 재직 때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대형 미국 은행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려는 미국 재무부 정책에 결사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2010년 12월10일 부시 행정부의 세금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법을 비난하며 8시간 반 동안이나 상원에서 연설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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