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정권 언제까지 지지?” 이란지도부 분열 양상

”시리아정권 언제까지 지지?” 이란지도부 분열 양상

입력 2013-08-30 00:00
업데이트 2013-08-3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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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화학무기 트라우마…”시리아와 관계 재설정” 주장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이에 따른 서방의 공습 위협으로 시리아 내전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은 가운데 시리아의 최대 우방국인 이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과거 이라크전 당시 화학무기 피해를 직접 겪은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참사를 접한 뒤 이란 지도부 내에서 시리아 정권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TV,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와 관련해 이란 정부는 한편으론 화학무기 사용 자체를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서방의 군사개입에 반대한다는 양비론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하면서도 사용 주체, 배후와 관련해서는 “정확한 사실확인 전에 성급한 판단은 위험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시리아 반군과 서방국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리아 정부는 반군 소행이라며 맞서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그러나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조치는 중동 지역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28일 정부 각료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은 역내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하면서도 사용 주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는 ‘시소타기 전략’은 시리아 정권과 과연 얼마만큼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한 이란 지도부 내의 고민을 보여준다고 AP통신은 30일 분석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진퇴양난의 상황은 로하니 신임 대통령에게 닥친 첫번째의 중대한 정치·외교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엔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현지 조사 활동을 진행 중이며 이란 지도부 내에서는 화학무기 사용 주체가 시리아 정권이라는 유엔 결론이 나온다면 이란 정부 역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란은 지난 1980~88년 이라크 전쟁 당시 화학무기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경험한 당사국이라는 점에서도 이런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란은 약 10만명의 병사와 민간인이 당시 이라크의 화학무기 공격에 노출, 수천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아직까지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헤르즐리야 학제간센터에서 이란 관련 강의를 담당하는 메이르 자베단파르는 “아사드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이란 지도부 내에 깊은 분열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이란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이 지역에서 일어난 최대의 종파 학살 사건을 자행한 정권의 ‘공동 스폰서’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번 주 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서방의 군사공격이 유엔 조사단의 발표 이후로 늦춰지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이란으로서는 외교적 해결 모색을 위한 시간을 다소나마 벌 수 있게 됐다.

이란의 전 국회의원이었던 헤쉬마톨라흐 팔라하트피셰흐는 “현재의 민감한 상황에서 전쟁을 피하는 것만이 이란에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란이 시리아 정부에 “관계 재설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미묘한 신호를 전달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로하니 대통령이 각료 회의에서 “화학무기의 희생 당사자로서 이란은 그 어떤 종류의 비인간적 무기 사용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화학무기 사용을 강력 비난한 언급에 그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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