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본 패배 원인
“79수 때 승률 70%였지만 87수 때는 50%로 떨어져단점 찾는 단계… ‘진화’에 반영” IT업계 ‘과적합’ 가능성 제기
알파고가 처음으로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내주면서 패배 원인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 9단의 압박에 알파고가 실수했다”며 향후 패배 원인을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기계학습의 한계로 지적되는 ‘과적합’(Overfitting)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네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는 85, 87, 89, 97수 등에서 ‘버그’(오류)에 가까운 ‘악수’를 뒀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실수’에 무게를 뒀다. 허사비스는 알파고가 87수 때 실수를 하자 자신의 트위터로 “알파고가 혼란스러워했다. 우리는 지금 곤란에 처했다”면서 “79수 때는 승률이 70%였지만 87수 때는 50%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대국이 끝난 뒤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알파고가 실수를 한 것이냐는 질문에 “알파고의 실수가 나중에 묘수로 밝혀질 수도 있다”며 “알파고가 졌으니 그 수들은 실수”라고 설명했다.
지난 3국 동안 무결점 대국을 펼쳤던 알파고가 패배하면서 알파고의 알고리즘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IT업계에서는 주어진 데이터만을 지나치게 학습하면서 발생하는 ‘과적합’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데이터의 특징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일반화해 실제에서는 잘 맞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허사비스는 “한국에서 대국을 펼친 이유는 이 9단 같은 창의적인 수를 두는 사람을 통해 알파고의 한계를 실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영국으로 돌아가서 시스템 개발에 더 반영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고맙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이 시스템 오류와 같은 위험을 내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알파고 개발을 총괄한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알파고는 아직 프로토타입으로 단점을 계속해서 발견하는 단계”라며 “의료·보건 영역에 적용한다면 더 엄격한 소프트웨어 시험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대국을 관전했다.
대국이 끝나자 브린은 미디어 브리핑장에 나타나 “이 9단에게는 직접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6-03-1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