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거래없는 CD금리 창조…사실상 금리조작

증권사 거래없는 CD금리 창조…사실상 금리조작

입력 2012-07-19 00:00
수정 2012-07-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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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성예금증서(CD) 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보니 증권사들은 뚜렷하게 참고할 자료가 없는데도 금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D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과거 기록을 그대로 보고하거나 거래가 이뤄진 다른 증권사 수치를 참고하는 일도 종종 발생해 CD 금리와 현실 금리의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은 19일 CD금리가 대표성을 잃은 만큼 시장의 실질 금리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대체 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무섭게 쪼그라든 CD 거래시장

CD 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D 거래량은 2008년 이후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해왔다.

2008년 224조2천737억원에 달했던 CD 거래대금은 2009년 150조8천923억원, 2010년 75조846억원, 2011년 53조6천840억원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거래가 더 줄었다. 상반기 총 거래대금은 13조3천1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거래대금이 30조원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거래대금은 2조2천189억원이었다.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한 달 동안 CD 거래대금이 10억원 미만인 증권사도 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를 통틀어 CD를 거래한 날이 5일 미만이다. 6개월 동안 거래한 금액을 다 합쳐봤자 1천억원이 안 된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직원은 “종일 거래가 단 1건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CD 거래가 이처럼 감소한 것은 CD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시중은행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은 예금 대비 대출 비율(예대율)을 내년 말까지 1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예대율을 계산할 때 예금으로 간주되지 않는 CD를 시중은행이 발행하기 꺼리는 이유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시중은행의 은행 계정상 CD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전체 자금조달액의 1.7%에 그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CD 발행과 거래가 빠르게 감소하는데도 CD금리에 연동한 대출 비중은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CD금리가 다른 시중금리의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적정성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과거 기록ㆍ타사 수치로” CD금리 보고 백태

CD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도 10개 증권사는 매일 금융투자협회에 당일 CD 금리를 보고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 주관에 따른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금리가 결정된다.

CD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 기록을 그대로 보고하거나 거래가 이뤄진 다른 증권사 수치를 참고한다. CD 금리와 현실 금리의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량이 무의미할 정도로 적은데 금리를 입력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거래가 없으니 과거 수치를 입력하는 경우가 빈번할 수밖에 없고, 거래가 있는 다른 증권사에 물어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당일 거래가 없으면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전일 종가를 따르다 보니 결국 수개월 전 CD 금리를 그대로 통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상반기 내내 작년 금리를 계속 보고하는 사례도 있었다. 작년에도 CD 거래가 미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6월까지 CD 발행이 전무하다보니 똑같은 금리를 계속 통보할 수밖에 없다”며 “작년 하반기 CD 거래량도 턱없이 작았다. 만약 지금 방식이 담합이었다면 작년 하반기도 담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2개월, 4개월 물 금리 변동을 참고해 3개월 물 CD금리를 입력하기도 한다. 만기는 다르지만 3개월 물 거래가 거의 없어서 다른 CD금리로 미뤄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CD금리 보고에 대한 별도 기준이나 지침은 없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CD 발행이 줄어들어 보고기준이 없어졌다. 금융감독원이나 금융투자협회의 지침이 없어서 그냥 전일 금리를 따라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제출 기준을 규정으로 정해놓은 것은 없다. 통상 CD뿐 아니라 다른 채권금리도 거래가 없으면 호가로 정하고 호가조차 없으면 주변물 금리나 전날 금리를 참고해서 정한다”며 유동성 부족을 탓했다.

대부분 증권사의 CD금리 보고 업무를 낮은 연차 직원 한 사람이 전담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CD금리 보고는 부수적인 업무다. 금리 통보는 팀내에서 가장 어린 직원이 맡는다”고 말했다.

◇ “CD금리 대체할 대안 시급”

증권사들은 거래 부족으로 CD금리의 왜곡 가능성을 지적했지만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이 마땅한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아 현 상황에 이르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CD 3개월물이 발행된 것이 4개월 전”이라며 “금투협과 금감원에 CD금리 왜곡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대안을 제시받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해결을 안 하는데 불합리하다고 해서 증권사가 이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거래량이 무의미할 정도로 적은 데도 증권사들이 대표성을 띄지 못하는 금리를 무리하게 입력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이 때문에 CD금리를 활성화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CD금리가 대표성을 띄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CD금리가 대표성을 갖도록 만드는 방안이나 대표성 있는 다른 지표를 사용하는 방안 등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실질 금리를 반영하려면 시장에서 많이 거래되는 것을 해야 한다. 은행채 3개월짜리는 CD보다 많이 거래되며 통화채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금융당국은 실제로 코픽스(COFIXㆍ은행자금조달지수), 코리보(은행간 단기 대차 금리), 3개월물 은행채, 3개월물 통화안정증권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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