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다는 딸은 학교에서 수업 중이었는데…
A=봄철이 되어서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았을 것 같군.
C=역시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사건도 늘기 마련이야.
한 보행위반자 여인의 거짓말로 경찰서가 2시간 동안이나 비상령이 내려 초긴장된 사건 하나가 있지.
張(장)모여인(41·서울시 鍾路(종로)구 杏村(행촌)동)은 종로 5가 건널목에서 빨간 신호가 켜 있는데도 불구하고 건너가다가 보행위반으로 파출소에 연행되어 갔었지. 딱지를 떼려고 하자 장여인이 『어머…얘가 어떻게 됐지』하면서 6살 된 딸애가 없다고 한바탕 소동을 부렸어. 경찰관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 과잉단속으로 남의 딸을 잃게 되었으니 아찔했던 거야. 서울 東大門(동대문) 경찰서에 이 사실이 즉각 알려져 비상령을 내리고 경찰관 50명이 동원되어 잃어버렸다는 장여인의 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어. 장여인은『경찰이 왜 이렇게 불친절한가? 일본경찰은…』어쩌고 하며 호통을 치는 통에 더욱 죽을 지경이었지. 1시간 동안 종로와 청계천, 서울 동대문 종합시장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장여인의 딸은 여전히 오리무중.
결국 장여인의 집에 경찰관을 보내 혹시 먼저 돌아 왔나 알아본즉, 10살 된 딸이 H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 학교에 가서 그 애를 데리고 경찰서로 왔었지. 『이애 말고 또 다른 딸이 있느냐』고 물어본즉 비로소 이실직고하며『딸애를 거짓말로 잃어 버렸다』고 했다며 자백했지.
비상령은 2시간 만에 풀렸고 경찰관 50명에 수 십대 순찰차들만 공연히 수고를 했던 거야. 장여인은 7년 전 일본서 살다가 귀국한 사람인데, 이날 광장시장에서「쇼핑」을 하고 바쁜 일이 있어 길을 건너다가 적발 당하자 딸애를 거짓말로 잃어 버렸다고 했지. 그러면 바로 석방해 줄 걸로 알았던 거야. 경찰관들은 장여인을「공무집행방해」로 하느냐「보행위반」으로 하느냐며 적응 법을 찾다가 결국 딸아이까지 와 있는데 너그럽게 봐 주자고 해서 훈계 방면되었지.
[선데이서울 73년 4월 8일호 제6권 14호 통권 제 23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