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라! 외쳐라! 즐겨라!

쏘아라! 외쳐라! 즐겨라!

입력 2010-06-12 00:00
수정 2010-06-12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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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밤 어게인 2002 유쾌한 도전 시작된다

휘슬이 울렸다. 남아공월드컵이 11일 시작됐다. 지구촌은 4년 만에 다시 월드컵 열기에 휩싸였다. 축제의 시작이다. 자신의 즐거움을 긍정할 시간이다. 유쾌하고 발랄하게 광장에 나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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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1시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멕시코의 개막전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목 터져라 외쳤던 꼬마(작은 사진)처럼 온 국민은 12일 그리스전 승리를 기원한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11일 오후 11시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멕시코의 개막전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목 터져라 외쳤던 꼬마(작은 사진)처럼 온 국민은 12일 그리스전 승리를 기원한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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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박주영(AS모나코)이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갈벤데일 경기장에서 프리킥을 연습하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박주영(AS모나코)이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갈벤데일 경기장에서 프리킥을 연습하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한때 우리는 축구를 전쟁으로 여겼다. 이겨야만 했다. 지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상대 다리를 부숴서라도 골을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경기에서 지면 현해탄에 빠져죽으라.”는 말도 공공연했다. 그래서 축구대표팀은 ‘태극전사’였다. 월드컵이 시작되면 출사표를 던졌다. 총칼 차고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모습이었다. 떨리고 무서웠다. 경직되고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었다.

2002년부터 달라졌다. 붉은 열풍이 불었다. 세상도 사람도 모두 변했다. 그리고 8년. 이제 대표팀의 주축은 1980년대 후반생들이다. 이들은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오르는 모습을 10대 중반에 지켜봤다. 좀처럼 주눅드는 법이 없다. 알아서 땀 흘리고 최선을 다해 뛴다. 그뿐이다. 결과는 ‘쿨(cool)’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항상 표정이 좋다. 지난달 3일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 때였다. 이청용은 기성용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줬다. 기성용의 슛. 실패였다. 둘은 웃었다. 기성용은 이청용의 어깨를 툭 쳤고, 이청용은 친구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게 요즘 한국대표팀 모습이다. 축구는 전쟁이 아니라 유희이고 오락이다.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도 그랬다. ‘밴쿠버 키즈’들은 발랄했다. 태극기가 올라가도 울지 않았다. 웃고, 손 흔들고, 춤췄다. 그래서 강했다. 어디서든 얼지 않고 자기 능력을 잘 발휘했다. 즐기면 상상력이 커진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플레이가 튀어나온다. 그래서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도 선수들에게 “즐겁게 놀자.”고 했다. 이번 월드컵을 ‘유쾌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이제 함께 즐길 시간이다. 1승, 승점, 16강은 숫자에 불과하다. 신명나게 놀다 보면 따라올 보너스 같은 것들이다. 60억 인류에겐 60억개의 월드컵이 있다. 모두 즐기자. 각자의 방식으로 쿨하게….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06-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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