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오디세이] 동네 의사, 알고 보니 전설의 동계 5관왕

[올림픽 오디세이] 동네 의사, 알고 보니 전설의 동계 5관왕

입력 2017-12-21 18:08
수정 2017-12-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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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빙속 천재’ 美 에릭 헤이든

1980년 대회 남자 전관왕
9일 동안 500~1만m 석권
은퇴 후 사이클 선수·의사 변신
헤이든의 2010년 모습.
헤이든의 2010년 모습.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 ‘헤이든 정형외과’ 원장이 동계올림픽에서 어마어마한 유산을 남긴 사람임을 알아채긴 어렵다. 진찰실에 가늠할 만한 기념사진 한 장도 없었다. 스스로도 이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첫날 에릭 헤이든의 500m 금메달 소식을 알린 2월 16일자 미국 일간 올림픽 다이제스트 표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첫날 에릭 헤이든의 500m 금메달 소식을 알린 2월 16일자 미국 일간 올림픽 다이제스트 표지.
에릭 헤이든(59·미국)은 지금껏 22차례 동계올림픽에서 단일 대회로 유일하게 전관왕에 오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미국) 대회 남자부에서 첫날 500m를 시작으로 1000m와 1500m, 5000m에 이어 마지막 종목 1만m에서 14분28초13이라는 세계신기록까지 뽑았다. 1988년 캘거리(캐나다), 1992년 알베르빌(프랑스),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딴 보니 블레어(53·여)는 “6년에 걸친 내 올림픽 성과를 아흐레 만에 해냈다”고 말했다. 앞서 헤이든은 197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헤렌벤(네덜란드)을 시작으로 1980년 밀워키(미국) 대회까지 금메달 7개를 따내 1인자 자리를 예약했다.

그러나 헤이든은 단일 올림픽 5관왕의 영예를 마지막으로 미련없이 빙판을 떠났다. 노르웨이에서 잠시 하키 생활을 하다 이듬해 프로 사이클 선수로 변신했다. 1985년 이탈리아 도로사이클 경주인 지로 디탈리아에서 완주한 헤이든은 같은 해 전미선수권에서 도로 부문 챔피언에 올랐다. 주행 중 충돌 사고로 완주에 실패했지만 1년 뒤 프랑스 도로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도 참가한 그의 이름은 1999년 미국 사이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세 번째 도전은 의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이었다. 1996년 캘리포니아대에서 레지던트를 마친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새크라멘토 팀닥터를 거쳐 2002년부터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까지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주치의로 후배들을 돌봤다. 소치 땐 “미국 스포츠에 진 빚을 갚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7-12-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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