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질주의 또 다른 비결 ‘초반 리듬감’

이상화 질주의 또 다른 비결 ‘초반 리듬감’

입력 2013-01-28 00:00
수정 2013-01-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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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이규혁 조언 따라 연습 방법 바꿔 효과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1,000m에서도 한국 신기록을 거푸 갈아치우며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상화 스포츠서울
이상화
스포츠서울


이상화는 27~28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프린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148.560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날 500m 1차 레이스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빼앗긴 아쉬움을 제외하면 여전히 흠 잡을 데 없는 질주였다.

1,000m에서는 첫날 1분14초39의 기록으로 자신의 종전 한국 기록(1분15초26)을 3년 만에 0.87초 앞당기더니, 이튿날 1분14초19를 찍어 이를 다시 0.2초 경신했다.

이틀 사이에 종전 기록을 1초 넘게 앞당긴 것이다.

500m에서도 둘째 날 36초99만에 결승선을 통과, 세계 신기록을 깨지는 못했으나 자신의 통산 2위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지난주 월드컵 6차 대회의 기록를 포함해 일주일 사이에 36초대를 달린 것만 벌써 세 번째다.

잘 알려졌듯이 이상화의 기록 행진은 초반 스피드를 끌어올린 덕이 크다.

특히 500m의 승패를 좌우하는 처음 100m 기록을 극적으로 단축하면서 전체 기록도 함께 향상됐다.

체중을 감량하는 대신에 하체 근육을 강화해 초반 스트로크 수를 늘리는 등 몸 상태를 단거리 레이스에 최적화했다.

이와 함께 이상화의 기록 향상을 도운 ‘비장의 카드’는 훈련 방식의 변화다.

이상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초반 스퍼트 훈련의 거리를 늘렸다.

보통 선수들은 40~50m를 빠르게 치고 나가는 방식으로 초반 훈련을 하지만, 이상화는 한 번 출발하면 속도를 줄이지 않고 150m가량을 달리는 형태로 바꿨다.

단국대학교 오용석 감독은 “처음 달려나가는 부분에서 멈추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코너까지 쭉 돌며 훈련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이상화는 처음의 가속도를 잃지 않고 레이스 중반까지 밀고 나가는 리듬감을 얻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처음에 얼음을 박차고 달려나갔다가 활주하며 가속도를 얻고, 바로 곡선 주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법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속도를 잃어버리는 일이 많다.

이상화도 첫날 500m 1차 레이스 당시 이 부분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연결까지 고려한 초반 스퍼트 연습을 하면서 이 지점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을 많이 줄였다.

500m는 물론이고 3년 만에 연속 신기록 행진을 벌인 1,000m의 구간 기록을 보면 이런 훈련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처음 100m 구간에서 각각 17초40과 17초46의 빼어난 기록을 낸 이상화는 600m 지점에서도 전체 선수 중 가장 빠른 44초46과 44초34를 각각 찍었다.

500m에 적합한 몸을 만들다 보니 후반 체력이 떨어진 면이 있지만 1,000m에서도 레이스 중반까지는 탁월한 리듬감을 앞세워 최고의 속도를 유지한 것이다.

이렇게 훈련 방식을 변경한 배경에는 이상화가 어린 시절부터 ‘멘토’로 여기며 따른 대표팀의 맏형 이규혁(35·서울시청)의 조언이 있었다.

소속팀 선배이기도 한 이규혁이 여름 훈련 때 이상화에게 새로운 훈련 방식을 제안했고, 이상화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기량 향상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30대 중반이 넘은 이규혁은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5번째 금메달은 놓쳤으나 종합 6위에 오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상화가 벌이는 기록 행진의 뒤에는 대표팀의 든든한 대들보와 이를 향한 후배의 믿음이 놓여 있던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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