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중국인’, ‘xx아 학교가자’…혐오 부추기는 집회 현수막 제재 한계

‘촛불은 중국인’, ‘xx아 학교가자’…혐오 부추기는 집회 현수막 제재 한계

이창언 기자
이창언 기자
입력 2025-02-24 16:57
수정 2025-02-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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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속 도심 주요 집회 장소
원색적 비난·혐오 담은 현수막 난립
민원 있어도 철거 등 제재는 어려워
“유령집회 막고 성숙한 문화 필요”

12·3 비상계엄 이후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집회 현수막이 지나친 표현 등으로 시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혐오 정치를 유발하는 이러한 집회 현수막은 딱히 제재할 수도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남에서 복잡한 도심 중 하나인 창원광장 일대. 광장 주변에는 ‘xx아 학교가자’, ‘촛불은 중국인 태극기는 한국인’, ‘내란숙주’ 등을 적은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각 현수막은 광장과 맞닿은 도로 쪽으로 광장을 삥 둘러 설치된 까닭에 일대를 지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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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광장. 집회 현수막이 광장을 삥 둘러 설치돼 있다. 2025.2.24. 이창언 기자
경남 창원광장. 집회 현수막이 광장을 삥 둘러 설치돼 있다. 2025.2.24. 이창언 기자


애초 창원광장에서는 지난해 연말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가 주로 열렸었다.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서부터는 보수단체 성향 역시 창원광장에서 집회를 열기 시작했고 찬반으로 나뉜 현수막도 늘어났다.

창원뿐 아니라 전국 다른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주요 광장 등 탄핵 관련 집회가 자주 열리는 곳에는 현수막이 붙었고 일부는 증오·혐오적 표현을 거리낌 없이 담고 있다. 무분별하게 걸린 현수막에 보행·도로 안전이 위협받기도 한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집회 현수막은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만 하면 별도 허가나 신고 없이 게시할 수 있다. ‘30일 이내 비영리 목적으로 표시·설치할 수 있다’고 하나 설치 개수에는 제한이 없고 30일 간격으로 집회 기간을 연장하면 사실상 마구잡이 식으로 계속 걸 수 있다.

집회를 실제로 개최하지 않거나 현장에 주최 측이 없음에도 오로지 현수막 게시만을 목적으로 집회 신고를 하는 일도 있다. 2013년 법제처에서 ‘실제 집회가 열리는 기간에만 현수막을 표시·설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냈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충남 논산시 등 일부 지자체는 ‘현수막은 실제 집회나 행사가 열리는 기간에만 설치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하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조례를 개정했지만 구속력이 약하고 상위법에 맞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현수막을 함부로 철거했다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나 재물손괴죄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 집회 신고자에게 소송까지 당할 위험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기 싫다’, ‘왜 안 떼느냐’ 등 현수막과 관련한 민원이 있으나, 대처할 근거가 없다”며 “집회 주최 측에 원색적인 비난, 혐오적인 표현 자제 혹은 이동 설치를 권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회·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무분별하고 원색적인 현수막의 장기간 게시를 규제할 수 있는 안정장치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말한다. 집회를 실제로 열 때만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등 적어도 유령 집회만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는다. 이와 함께 혐오 표현 자제와 시민 안전·도시 미관 고려 등 집회 주최자들이 성숙한 집회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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