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온몸’ 주고 간 삶… 우리가 기억해야할 숭고한 나눔

끝까지 ‘온몸’ 주고 간 삶… 우리가 기억해야할 숭고한 나눔

손지민 기자
입력 2022-01-20 22:24
수정 2022-01-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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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어 시신도 기증한 박옥순씨

20년 전 20대 女에 신장 떼어 줘
생 마감 후 대학에 시신까지 기증
국내 최초 ‘순수 신장기증인’ 자매
언니 “동생의 마지막 소원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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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남에게 신장을 내어 준 박옥남(오른쪽)·옥순 자매. 20여년 전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신장 한쪽을 기증한 옥순씨는 지난 3일 암투병 끝에 숨지면서 시신을 경희대 의과대에 기증했다. 언니 옥남씨는 1993년 모르는 이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장기기증본부 제공
일면식도 없는 남에게 신장을 내어 준 박옥남(오른쪽)·옥순 자매. 20여년 전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신장 한쪽을 기증한 옥순씨는 지난 3일 암투병 끝에 숨지면서 시신을 경희대 의과대에 기증했다. 언니 옥남씨는 1993년 모르는 이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장기기증본부 제공
20여년 전 일면식이 없는 20대 여성에게 신장 한쪽을 떼어 준 박옥순(70)씨가 지난 3일 숨을 거두면서 시신을 대학에 기증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암 투병 끝에 70세로 삶을 마친 박씨의 시신을 경희대 의과대에 기증했다고 20일 밝혔다.

박씨는 47세이던 1999년 3월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20대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전혀 모르는 타인을 위해 신장을 나눈 ‘순수 신장기증인’은 한 해 2000여건의 신장 기증 중 10건 미만에 그칠 정도로 드물다.

박씨가 신증 기증을 결심한 것은 그보다 6년 앞선 1993년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언니 박옥남(76)씨의 영향이 컸다. 자매가 함께 순수 신장기증인이 된 사례는 국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옥남씨는 “동생은 신념이 곧고 특히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일을 한번 결심하면 흔들림이 없었다”면서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이어 가는 중에도 끝까지 나누는 삶을 살고자 했던 동생의 마지막 소원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신장 기증 후 별다른 질환 없이 생활해 오다 2019년 위암 3기 진단을 받고 폐까지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해 3월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이 쉽지 않았다.

박씨는 가족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더이상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편안히 임종을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시신 기증의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지기 하루 전에도 국내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옥남씨는 “동생의 시신 기증을 곁에서 지켜보며 가족 모두가 시신 기증에 대한 뜻을 품었다”고 했다.
2022-01-2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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