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맞은 서울 경동시장 가보니
“파김치라도 담그려 했는데 너무 올라”
인력난·공급난·인플레·이상기후 여파
농산물 가격 급등 불러 김장 포기 속출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을 비롯해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 시민들이 좌판을 둘러보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jya@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11/14/SSI_20211114180015_O2.jpg)
안주영 전문기자 jya@seoul.co.kr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을 비롯해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 시민들이 좌판을 둘러보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jya@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11/14/SSI_20211114180015.jpg)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을 비롯해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 시민들이 좌판을 둘러보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jya@seoul.co.kr
안주영 전문기자 jya@seoul.co.kr
특정 품목을 집어 낼 수 없을 정도로 김장 재료 가격은 일제히 올랐다. 최근 5년 평균(평년) 3113원이던 배추 한 포기 가격이 지난 12일 4562원으로, 같은 기간 열무 1㎏ 가격은 2220원에서 5542원으로, 굴 1㎏ 가격은 1만 8555원에서 2만 5401원으로 상승했다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집계했다. 평년에 비해 배추는 46.5%, 열무는 150%, 굴은 36.9%씩 올랐다.
과감하게 ‘김장포기족’(김포족) 대열에 합류한 주부 최길자(83)씨는 이날 “배추값이 너무 올랐다기에 김장은 포기하고 파김치나 담가 먹자 해서 나왔는데 엊그제 1만 2000원이던 쪽파 한 단이 그새 또 올라 1만 5000원이 됐다”며 파 두 단을 단출하게 담은 봉지를 보여 줬다.
주말마다 시장을 찾는다는 70대 위모씨는 ‘배추 6500원, 무 2000원’이 적힌 가격표를 둘러보더니 “무 가격이 지난주의 2배가 됐다. 일주일 새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회기동에서 온 주부 김모씨는 “원래 50포기 김장을 하려고 했는데 40포기만 해야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성북구에서 왔다는 60대 주부 최모씨는 “지난해 김장용 생새우를 8000원에 샀는데 올해엔 1만 8000원이라 몇 번을 고민한 끝에 큰맘 먹고 샀다”며 “체감상 물가가 2, 3배는 오른 것 같다”며 혀를 찼다.
경동시장을 50년 동안 지킨 야채상은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물가까지 크게 올라 잘 팔리지 않는다”면서 “다들 살기 팍팍하니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올해 김장이 ‘금(金)장’이 돼 버린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코로나19, 인플레이션, 기후변화 등 국내외 경제를 어둡게 만드는 거의 모든 요인이 김장 양념처럼 버무려져 ‘비싼 김장’을 만들었다. 우선 코로나19로 농촌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산지에서부터 재료 가격이 뛰었다.
김장배추를 심은 9월 이후 평년(최근 30년 평균)보다 3~4도 높고 비가 잦은 이상기후로 세균성 무름병 피해가 발생해 흉작이 들었다. 여기에 배추를 운송할 화물차에 사용할 기름값 폭등과 요소수 사태가 터져 물류비용마저 상승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2021-11-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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