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만 생각해 봅시다” 광주 자치구들, 전화 폭언 대처 위해 ‘지연 링’ 시스템 도입

“10초만 생각해 봅시다” 광주 자치구들, 전화 폭언 대처 위해 ‘지연 링’ 시스템 도입

최치봉 기자
입력 2021-11-09 11:46
수정 2021-11-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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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존중하는 말로 우리 직원을 보호해 주세요”

광주 서구 민원실에 전화를 걸면 맨 먼저 흘러나오는 ‘코멘트’이다.

광주지역 자치구들이 민원인 전화 응대 이전에 10~15초간 이같이 시간적 여유를 두는 ‘전화 벨 지연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공직자에 대한 욕설 등 악성 민원에 대처하기 위한 고육 지책이다.

민간 콜센터는 이미 ARS 통화시 발신자가 의무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고객 응대자 보호 조치에 대한 설명을 듣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전화는 이런 코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직원 전화의 벨이 울리면서 직원들이 민원인으로부터 폭언 등에 시달려 왔다.

광주 서구와 남구, 북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8월 ‘지연 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연 시간은 9초~15초에 이른다. 남구의 경우 신호 대기 기간 ‘모든 통화 내용은 녹음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폭언·욕설 시에는 상담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등의 안내말이 흘러나온다.

이런 안내에도 악성 민원이 발생할 경우 직원이 행정전화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지금부터 하는 통화는 녹음됩니다’란 안내와 함께 법적 조치에 필요한 음성 녹음 등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동구와 광산구도 내년 초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실제 광주 5개 자치구가 행정안전부에 보고한 ‘반복민원 및 민원인 위법행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 공직자에 대한 민원인의 폭언·욕설은 2440건, 위협·협박 472건, 폭행 12건, 주취소란 71건, 공무집행방해 120건, 성희롱 52건, 무고·허위사실 24건, 위험물소지 1건, 기타 12건 등 모두 3204건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폭언·욕설 1347건, 위협·협박 294건, 무고·허위사실 49건, 주취소란 9건, 공무집행방해 2건, 기물파손 1건, 성희롱 1건 등 총 1703건의 민원인 불법 행위가 이어졌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상반기 공직자를 대상으로 벌어진 불법 행위 중 신고·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이 이뤄진 건수는 5개 자치구를 합해 30건에 그쳤다.

전국적으로도 전화·방문 민원에서 발생하는 폭언과 욕설, 협박, 폭행, 성희롱 등 위법행위가 2018년 3만4484건, 2019년 3만8054건, 2020년 4만607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폭언과 욕설, 위협, 협박의 경우 대부분이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 서구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민원인으로부터 전화 폭언 등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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