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실 문 닫아 사비로 작업실 구했는데 등록금 다 내라니요”

“실기실 문 닫아 사비로 작업실 구했는데 등록금 다 내라니요”

손지민 기자
입력 2021-03-18 14:59
수정 2021-03-18 15: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학생들, 코로나19 등록금 완화 요구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제공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제공
“동양화과에서 사용하는 아교는 동물의 가죽·힘줄·창자·뼈 같은 걸 고아서 만듭니다. 잘못 보관하면 시체 썩은 냄새 나요. 학생들은 집에서 아교를 보관하고, 칠하고, 말리면서 실습하고 있습니다.”

홍익대 미술대학에 재학 중인 김예은씨는 코로나19로 미술대학 수업은 사실상 마비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학교 실기실이 열리지 않아 사비로 작업실을 구했다. 미대생들은 집에서 입체를 만들고 석고를 뜨고 있다”면서 “실기 과목이 있어 다른 학과보다 등록금을 100만원 더 내는데 이 돈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 대학생 단체로 구성된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1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공공그라운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등록금 반환과 부담 완화를 위한 서명은 시작한 지 2주만에 참여자가 8000여 명에 이르렀다.

등록금을 낸 만큼 누리지 못 한 대학생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숙명여대 기초공학부 권민주씨는 “작년에 20학번으로 입학했지만 지금도 동기들 얼굴을 모른다”며 “공대는 실험 실습 때문에 등록금이 높은 편인데, 실습 강의도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제공
2021 등록금반환운동본부 제공
비대면 수업으로 과제량이 많아지면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또 다른 대학생은 이날 “교수들은 비대면 전환으로 인해 떨어지는 수업의 질을 보완하고자 방대한 양의 과제를 내주기 시작했다”면서 “매달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저에게는 매주 온라인 수업과 과제 진도를 함께 수행하기도 벅찼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세 차례 대학들을 상대로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에는 사립대 30개교, 국립대 13개교 총 43개교 3165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사립대학을 상대로 한 2차 등록금 반환 소송은 이달 24일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등록금반환소송 대리인단의 박현서 변호사는 “각 사립대학 학교 법인은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지는 주체임을 지적하고 고등교육을 위한 등록금의 성격에 대해 재판부에서 이해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상속세 개편안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상속되는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 75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주는 총재산이 아닌 개별 상속인(배우자·자녀)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유산취득세)이 추진된다. 지금은 서울의 10억원대 아파트를 물려받을 때도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20억원까진 상속세가 면제될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동의한다.
동의 못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