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번들의 음주문화 엿보기
[편집자주]서울신문은 3월부터 성균관대학교 학보사 ‘성대신문’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문화를 탐구하는 ‘요즘것들의 문화답사기’를 함께 취재합니다. 3주에 한 번씩 대학생 기자들과 요즘것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대학생들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비대면 술자리를 갖고 있다. 2021.3.7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3/07/SSI_20210307112441_O2.jpg)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 제공
![대학생들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비대면 술자리를 갖고 있다. 2021.3.7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3/07/SSI_20210307112441.jpg)
대학생들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비대면 술자리를 갖고 있다. 2021.3.7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 제공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 제공
캐치마인드 게임은 제시된 단어를 줌 프로그램의 화이트보드 기능을 이용해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다. 최씨가 글자 ‘수’를 가로로 써 제시어인 ‘가로수’를 표현하자 동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최씨는 “오프라인 새내기배움터(새터)가 취소됐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온라인으로라도 동기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같은 곳에 모이진 못했지만, 건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비대면 술자리 콘텐츠‘코로나 2년차’를 맞이한 대학가에 ‘비대면 술게임’이 확산되고 있다. 술자리의 어색함은 덜고 재미를 더하려고 하던 각종 술게임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셈이다. 코로나19로 신입생 환영회, 새내기 배움터(새터) 등이 취소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때문에 직접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묘안을 짜낸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탑재한 화상 서비스도 비대면 술자리 플랫폼으로 인기를 끈다. 그룹 영상통화 앱 ‘웨이브(WAVE)’는 오프라인에서 즐기던 이상형 월드컵, 방 탈출, 마피아 게임을 함께 제공한다. 이성호 웨이브코퍼레이션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월별 신규 가입 추세가 2배가량 증가했다”면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일 평균 5000명 이상 신규 가입자가 늘었고, 평균 이용시간도 약 30% 증가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비대면 술자리 모임이 늘면서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1.3.7 웨이브(Wave)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3/07/SSI_20210307112832_O2.jpg)
웨이브(Wave) 제공
![비대면 술자리 모임이 늘면서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1.3.7 웨이브(Wave)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3/07/SSI_20210307112832.jpg)
비대면 술자리 모임이 늘면서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1.3.7
웨이브(Wav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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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안부를 전하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도 비대면 술자리의 특징이다. 대학생 송주아(20)씨는 “비대면으로 술을 마시면 대면 술자리보다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덜하다”며 “카메라를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일상을 공유하거나 함께 음악을 듣는 등 술보다는 다른 데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의 비대면 술자리에 대해 “학생들이 대면으로 만날 수 없으니 줌, 웹엑스(Webex) 등의 화상 프로그램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라면서 “비대면 모임의 확산으로 술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며 대화에 집중하는 음주문화로 변해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술 먹이는 게임은 NO! 인권 존중 술자리로 진화음주 강요보다 놀이에 의미를 둔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은 대면 음주문화의 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과도한 음주와 장기자랑을 강요하거나 러브샷·뽀뽀 등 이성 간의 스킨십을 벌칙으로 정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술자리가 잦았다. 그러나 최근 인권 의식의 향상과 비대면 음주문화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대학생 술자리도 점차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생 이재엽(20)씨는 “요즘에는 술을 원치 않는 사람이 벌칙에 걸리면 양을 조절하거나 탄산음료를 마시곤 한다”며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술자리에 자연스레 녹아든다”고 말했다.
![비대면 술자리 모임이 늘면서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1.3.7 웨이브(Wave)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3/07/SSI_20210307113027_O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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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술자리 모임이 늘면서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1.3.7 웨이브(Wave)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3/07/SSI_20210307113027.jpg)
비대면 술자리 모임이 늘면서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1.3.7
웨이브(Wav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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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진 연세대학교 중앙새내기맞이단 단장은 “대학 내 올바른 음주문화 형성을 위해 단원과 새내기를 대상으로 과음과 음주 강요 등을 자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주기적으로 교육한다”면서 “새내기가 포함된 음주 행사에는 반드시 새맞단 단원을 조마다 최소 1명씩 배정해 술자리를 관리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러브샷·강권 등의 술자리 문화를 자제하자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대학 당국도 관련 지침을 만들고, 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새터 등에서 술자리 지침을 만드는 등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박다솜(정치외교학과 4학년)·황여준(중어중문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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