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피해자 시계 들고 검문도 당했지만 잡히지 않아”(종합)

이춘재 “피해자 시계 들고 검문도 당했지만 잡히지 않아”(종합)

최선을 기자
입력 2020-11-03 17:43
수정 2020-11-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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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연쇄살인 자백한 이춘재, 부실수사 증언
“나도 내가 왜 안 잡혔는지 이해 못 해…
경찰 수사가 보여주기식 아니었나 싶다”
살인 전 강간 범행으로 경찰 조사받기도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온 1980~199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주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서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를 들추는 이춘재의 여러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춘재는 지난 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당시 화성과 청주에서 벌어진 14건의 살인을 모두 저질렀음을 인정하면서 “나도 내가 왜 안 잡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행을 저지른 뒤 특별한 증거 은폐행위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자신의 범행이 들통났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내로라하는 경찰 수백명이 왔다 갔는데 조금 지나면 싹 빠져나가고 그런 식으로 수사가 진행돼 보여주기식 아니었나 싶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노태우 대통령의 신속한 수사 지시와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 수사에 연인원 200만명 이상을 동원해 철저히 수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춘재 증언에 따르면 그 모든 게 보여주기식 수사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번은 한 피해자의 시계를 갖고 다니다가 검문에 걸렸고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아서 파출소에 갔는데도 신분 확인만 하고 끝났다”면서 “시계에 관해 묻기도 했는데 주웠다고 하니까 더는 묻지 않더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형사들을 여러 번 마주치고 했지만, 항상 친구들이나 주변 이상자에 대해 탐문수사를 했지, 나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뭘 물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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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인 이춘재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뉴스1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인 이춘재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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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 이춘재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도착하고 있다. 2020.11.2 연합뉴스
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 이춘재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도착하고 있다. 2020.11.2 연합뉴스
아울러 이춘재는 1986년 1월 군대에서 전역한 뒤 같은 해 9월 첫 살인을 저지르기 전까지 강간 범행을 해 용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춘재가 강간 범행으로 처벌받았더라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경찰서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재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강간 사건으로 화성경찰서에서 조사받았고 피해자와 대질 조사도 예정돼 있었는데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으로 처벌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강간 사건으로 처벌받았더라면 연쇄살인 사건을 벌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춘재가 검문당한 사례와 살인 전 강간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내용 등은 이번 재판을 통해 일반에 처음 알려졌다.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재심 청구인 윤성여씨가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1.2 연합뉴스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재심 청구인 윤성여씨가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1.2 연합뉴스
첫 번째 살인 사건 발생 34년 만에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 이춘재는 1980년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 일대에서 벌어진 14건의 연쇄살인 사건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또한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에게 사건 발생 32년 만에 사과했다.

그는 지난해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후 “범행 당시 현장 은폐 등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경찰에서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저의 사건에 관계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반성하고 있고, 그런 마음에서 자백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이춘재는 “나는 욕심이 없고 밖에 있을 때 생활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교도소에 있는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조두순이 나간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내가 나간다고 하면 더한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한 이춘재 사진. JTBC 캡처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한 이춘재 사진. JTBC 캡처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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