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하던 남성 혀 깨물었다가 억울한 옥살이…56년만에 재심 청구

성폭행하던 남성 혀 깨물었다가 억울한 옥살이…56년만에 재심 청구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5-04 13:33
수정 2020-05-0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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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1월 13일자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1965년 1월 13일자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56년 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여성이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한다.

‘강제 키스 혀 절단사건’ 피해자 최말자 씨4일 부산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최말자(74)씨는 오는 6일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최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 성폭행을 시도하던 당시 21살 노모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 6개월간 옥살이도 했다.

최씨는 당시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견디면서도 정당방위였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가해자 노씨에게는 강간미수 혐의조차 적용하지 않은 채 기소했다.

당시 법원 “가해자와 결혼해서 살 생각 없나” 2차 가해법원에서도 2차 피해가 이어졌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최씨에게 “처음부터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고 되묻는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했다.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됐다.

판결이 나왔던 당시에도 학계에선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투 운동’에 용기 얻어…“여성들에 용기 주려 재심 청구”최씨는 2018년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용기를 얻고 부산여성의전화와 상담했고, 올해 재심 청구를 결심했다.

최씨와 변호인단, 부산여성의전화는 6일 재심 청구에 앞서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고순생 부산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당시에는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 최씨처럼 한을 품고 살아온 여성이 많을 것”이라며 “이런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고 당당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씨가 56년 만에 재심 청구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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