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생태하천 복원 산책로 비 한 번에 유실…개관 석달 오창호수도서관 빗물 줄줄39만7천㎡ 규모 오창 미래지 공원, 공사 마치고도 부실 드러나 4개월째 문 못 열어
최근 며칠간 내린 비로 수백억원을 들인 대규모 사업의 부실 시공이 ‘민낯’을 드러냈다.지난 4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충북 충주천 변에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조성된 산책로 3곳의 일부 구간이 유실됐다.
빗물에 쓸려 내려온 각종 부유물이 다리 대신 설치한 데크의 보호용 석재 설치물에 걸리면서 하천 물이 양쪽으로 흘러넘쳐 산책로를 크게 훼손했다.
양쪽 둔치에 둑으로 쌓은 자연석과 흙더미는 불어난 하천 물에 쓸려나갔고, 산책로 바닥에 깐 돌도 군데군데 들떠 엉망이 됐다.
환경부가 420억원을 들여 지난 5월 마무리한 충주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현장 모습이다.
복개한 하천을 예전 모습으로 복원해 산책로와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하천 상부 주차장을 대체할 주차장도 설치했지만, 이번 비 피해로 보강공사가 불가피해졌다.
한 번의 비로 시설이 엉망이 되면서 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인 대규모 사업이라는 자랑이 무색해졌다.
청주시가 ‘충북 최대 규모’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지난 5월 개관한 오창호수도서관도 이번에 내린 비로 부실 시공의 면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5일 이 도서관 지하 주차장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였다. 5층 등 일부 층은 고무통을 놓고 물을 받아야 할 정도로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이튿날인 지난 6일까지 이어져 빗물이 샌 바닥 곳곳에 종이상자를 깔아 놓았다. 바닥은 방금 물청소한 것처럼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도서관 이용자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오갔다.
오창호수도서관은 개관 당시부터 도서량이 적어 책장을 다 채우지 못한 데다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자유열람실을 마련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등 말썽을 빚었다.
이 도서관은 9천300여㎡의 터에 165억원을 투자해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연면적 8천284㎡)로 건설됐다.
충북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은 도서관이 석 달 만에 ‘부실 도서관’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오창 저수지 일대 39만7천여㎡에 조성한 미래지 농촌테마공원도 국비와 민자 등 266억원이 투자됐지만, 개장도 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와 통합하기 전 청원군이 2011년 농어촌공사에 위탁한 사업이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3월 공사를 마친 뒤 청주시에 준공승인을 요청했으나 일부 시설이 부실하다며 ‘퇴짜’를 맞았다. 부랴부랴 지적받은 문제점을 보완하고서야 지난달 16일 청주시로부터 준공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공원 내 수백 그루의 나무가 죽거나 고사할 위기에 처한 데다 진입로 굴곡이 심해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됐다. 시는 가드레일 설치 등 공사를 추가로 하기로 했디. 보완 공사를 마치는데 1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0억원이 넘게 투자된 공원이 공사를 마친 지 4개월이 넘도록 언제 개장할지 기약도 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놓였다.
시민들은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공원과 도서관이 개장도 하지 못하거나 한번 내린 비로 줄줄 새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치적 쌓기를 위해 덩치만 키울 것이 아니라 내실 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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