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1 훈련기 엔진 꺼진채 48㎞ 활공…조종사 기지로 사고막아

KT-1 훈련기 엔진 꺼진채 48㎞ 활공…조종사 기지로 사고막아

입력 2016-03-30 17:39
수정 2016-03-30 17: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난 9일 순천만 상공서…학생조종사 첫 단독 비행중 ‘아찔’

엔진 구동축 얇은 판막서 문제…조종사에 ‘웰던상’ 수여하기로

KT-1 훈련기, 공중서 엔진 정지된 사고는 16년만에 처음

공군의 KT-1 기본훈련기를 몰고 비행 훈련을 하던 학생조종사가 공중에서 갑자기 비행기의 엔진이 꺼지는 상황에 직면했으나 기지를 발휘해 48㎞나 활공비행함으로써 무사히 착륙에 성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30일 공군에 따르면 지난 9일 학생조종사인 이모 중위(진급예정·학사)가 몰던 제3훈련비행단 215대대 소속 KT-1 훈련기 1대가 비행 훈련 중 전남 순천만 상공에서 엔진이 꺼졌다.

66번의 비행기록을 달성해야만 기본과정을 수료하는 이 중위는 이날 20번째 비행이자 첫 단독비행 훈련 중이었다. 이 중위를 지도하는 교관은 다른 훈련기로 몰고 이 중위의 비행기를 뒤따랐다.

이 중위가 탄 KT-1은 경남 사천에서 이륙해 고도 3.9㎞로 순천만 상공에 이르자 갑자기 엔진에서 연기가 나고 이 연기가 조종석으로 밀려 들어왔다. 조종석에 연기가 꽉 차면서 엔진도 정지했다.

하지만 이 중위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조종간을 붙잡았다. KT-1은 기본훈련기라 기체가 가벼워 공중에서 바람만 잘 타면 활공비행도 가능한 기종이다.

이 중위는 끝까지 조종간을 붙들고 30마일(48㎞)이나 활공 비행했다. 눈앞에 사천기지 활주로가 보이자 이 중위는 조종간을 서서히 밀어 큰 충격 없이 훈련기를 활주로에 내렸다.

지난 2000년부터 비행에 나선 KT-1이 공중에서 엔진이 정지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중에서 엔진이 꺼진 훈련기를 30마일이나 활공비행한 조종사도 없었다.

공군은 사고가 난 지난 9일부터 KT-1, KA-1 항공기 비행을 중지하고 즉각 사고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25일 끝난 조사 결과, 엔진으로 동력을 제공하는 전원장치와 엔진기어 박스 사이에 있는 구동축의 얇은 판막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톱니바퀴 모양의 얇은 판막에 비정상적인 전류가 지속적으로 흐르면서 열 손상 또는 마모 현상이 일어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 됐다”고 전했다.

공군은 비행 중지된 KT-1 계열의 항공기 엔진에 대해 일제점검을 하고 지난 29일부터 순차적으로 비행을 재개했다.

학생조종사 이 중위에 대해서는 조종사에게 최고의 영예인 ‘웰던(Well Done)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학생조종사가 웰던상을 받은 적은 없다. 웰던상은 비정상적이거나 위급한 상황 발생 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방지해 안전운항에 지대한 공헌을 한 조종사에게 주는 상이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를 기체 손상 없이 안전하게 착륙시켜 정확한 사고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기여한 공로도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군은 이번 사고가 지휘계통을 통해 상부까지 즉각 보고됐는지에 대해서는 “공중이나 지상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는 지휘계통을 통해 즉시 보고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