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아 미안해, 천국에선 따뜻하길”…하늘로 보낸 편지

“원영아 미안해, 천국에선 따뜻하길”…하늘로 보낸 편지

입력 2016-03-15 13:02
수정 2016-03-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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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분향소…엄마 마음 담은 500명 댓글 편지 전달

“원영아! 어른들이 미안해. 천국에서는 따뜻하기를 바랄게!”

신원영(7)군의 유골이 안치된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추모관.

평택 안중·포승지역 맘카페인 안포맘 회원 10여명은 원영군 사건 현장검증이 열린 14일 이곳에 모여 작은 추모식을 열었다.

안포맘은 앞서 원영이가 계모로부터 ‘락스학대·찬물세례’를 받다 끝내 숨져 암매장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2일부터 인터넷 분향소를 운영했다.

이들은 “내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라도 원영이가 살아있을 때 받지 못한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남겨달라”는 글을 남겨 사흘간 모은 엄마 500여명의 댓글을 편지로 묶어 전달했다.

한 회원은 “원영아 네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오줌 싸다 흘릴 수도 있지”라며 “너의 나쁜 엄마가 잘못한거야. 널 아프게 한 그 사람들 꼭 죗값 받도록 지켜볼게.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렴”이라고 글을 남겼다.

또다른 회원은 “너는 학대를 당하면서도 아빠를 사랑했을거야. 그것을 알기에 지금도 눈물이 나는구나”라며 “어른들이 잘못했다. 너는 아무 잘못도 없단다. 이 말을 직접해주지 못한게 너무나 안타깝구나”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어른들이 미안하다”, “천국에서는 따뜻하길 바란다”, “다음 생에는 예쁜 꽃으로 태어나라”는 등 저마다 원영이의 안식을 기도하는 추모글을 썼다.

안포맘 류정화 대표는 “회원들이 각자 엄마의 마음을 담은 댓글을 달아 원영이에게 전달했다”며 “하늘나라에서는 따뜻하기를 바란다.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홀로 방문해 원영이에게 미안해하며 추모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추모관에서는 자전거를 타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원영이 사진 위로 새하얀 색깔의 핫팩이 눈에 띈다.

누군가 살아 생전 추위에 떨어야 했던 원영이를 위해 붙여 놓은 것이다.

7살 짧은 삶을 마감한 원영이는 만 4살도 안돼 계모를 만난 뒤부터 한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은 채 동네를 방황했고 숨지기 전 석달간 그 추운 겨울에 ‘욕실 감옥’에 갇혀 찬물과 락스세례를 견뎌야 했다.

또다른 추모객은 하루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버틴 원영이를 위해 초코바와 과자를 가져다 놓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도 놓여있다.

추모관을 방문한 한 시민은 “원영아, 하늘나라에서 따뜻한 사랑 받으렴. 이승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잊고 행복하길 바랄게”라는 메시지를 남겨뒀다.

유족은 “원영이의 유골함을 조금 더 밝은 곳으로 옮겨다 놓을 생각이다. 캄캄한 욕실에서만 지냈으니 이제라도 빛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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