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전 17기’ 경찰 도전 성공한 정정화 경장이 청춘에게 보내는 팁
“7년 동안 열여섯 번을 떨어졌는데, 결국 열일곱 번째에 합격을 했어요. 운 좋게 첫 번째 시험에 합격했더라면 제가 지금과 같은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었을까요. 빠르게 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풍경과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풍경은 너무나 다른 거잖아요.”![정정화 경장](https://img.seoul.co.kr/img/upload/2016/03/06/SSI_20160306175546_O2.jpg)
![정정화 경장](https://img.seoul.co.kr//img/upload/2016/03/06/SSI_20160306175546.jpg)
정정화 경장
주인공은 지난달 ‘좀 느리면 어때’라는 수필집을 펴낸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정정화(36·여) 경장. “오랜 수험 생활이 너무 힘들었는데, 그렇다고 합격한 나를 자랑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에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10대와 20대, 그리고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작은 용기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정 경장은 2001년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원에서 만나 합격 이듬해인 2008년 결혼한 문준호(37) 경감과의 사이에 아들딸을 두고 있는 워킹맘이다. 수필집을 통해 감추고 싶었던 마음의 생채기까지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냈다.
정 경장은 2001년 2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의류업체에 입사했지만 회의를 느껴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순경 공채시험을 준비했다. 공부를 시작한 3년 동안은 필기시험조차 합격하지 못해 한때 ‘이대로 사느니 그냥 죽어 버릴까’라는 극단적 생각까지도 했었단다.
그를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가족의 격려와 지지였다. 그는 6일 “부모님께서는 ‘되지도 않는 공부 때려치우고 시집이나 가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며 “남편도 끝까지 해보라고 격려를 해 주는 등 힘들 때 가족의 한마디는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007년 순경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편견의 벽을 부수기 위해 정 경장은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2013년 전보 당시 신상명세서의 학력 기재란에 대학 이름을 썼더니 부서장으로부터 “그냥 전문대라고만 적으면 될 걸 거창하게 대학이라고 쓰느냐”고 자존심 구겨지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정 경장은 학력에 의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악착같이 일을 했다. 하지만 그런 욕심이 아이들에게는 ‘버럭 엄마’로 받아들여진 것을 보고 놀랐단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하는 실수인데, 내 아이를 완벽하게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화를 내는 자신을 보고 스스로 놀랐던 적이 있어요. 부담감을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정 경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관내 학교에서 범죄 예방교육 등을 할 때마다 ‘꿈’에 대한 물음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꿈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 경장은 “고학년일수록 ‘꿈이 없다’고 답한다”며 “요즘 학생들은 ‘대학에 안 가도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 ‘자신만의 속도’가 있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나만의 목표’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6-03-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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