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이 위조 혐의 고발…2심서 무죄 판결받아
판결문을 위조해 사용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60대 남성이 2심 끝에 법정에서 누명을 벗었다.서울 전농동에서 오락실을 운영하던 채모(65)씨는 누락 매출에 매긴 1억6천만원의 부가가치세 처분이 부당하다며 동대문세무서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 2009년 11월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채씨는 나중에 확인한 판결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법정에서는 부과된 세금 중 1억3천만원을 취소한다는 주문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판결문에는 3천만원 정도만 취소한다고 나와있는 것이다.
이에 채씨는 “판결문이 아닌 법정에서 선고된 대로 판결을 집행해야 한다”며 재심을 신청했다.
그런데 채씨가 재심 재판부에 증거로 낸 견본 판결문이 문제가 됐다. 채씨가 법정에서 들은 액수대로 주문 부분 등을 수정해 판결문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재심 재판부는 이를 위조 판결문으로 보고 소송을 각하했고, 법원은 그를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형사법원으로 넘겨졌다. 피고인이 된 채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1심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다른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강을환 부장판사)는 공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채씨가 문서를 진본인 것처럼 속이려던 것이 아니라고 봤다. 문서에 ‘견본’이라고 써 넣었고, 견본 뿐 아니라 채씨가 받아본 실제 판결문도 재심 재판부에 함께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해 내린 판단이다.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하면 채씨는 법정에서 고지된 판결 내용을 보여주고자 견본 판결문을 만들어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가 재심 사건에서 견본 그 자체를 진짜 문서라고 명시적으로 주장한 기록이 없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그가 공문서를 위조해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과 채씨 모두 상고하지 않음에 따라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 관계자는 “견본을 위조한 것이 공문서 위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당시 채씨를 고발했다”며 “공문서의 원본이 아닌 사본(견본)이 위조되는 사건이 드물어 아직 확립된 판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이것이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린 이유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