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열 수술 이어 각막이식 성공 8세 보 반 응어
앞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구순열, 정신지체 등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가 우리 의료진의 도움으로 새 삶을 찾은 베트남 소년 보 반 응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어머니 튀이란의 품에 안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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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의사회와 롯데홈쇼핑 등 협력기관의 후원으로 한국을 찾은 응어는 이 병원 주천기 안(眼)센터장의 집도로 완전 실명상태였던 왼쪽 눈에 각막을 이식했다. 선천성 망막 발달저하였던 응어는 태어나면서부터 왼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른쪽 눈은 겨우 빛만 감지하는 정도였다. 그런 응어가 한국에서 극적으로 새 삶을 찾은 것. 어머니 튀이란(32)은 “힘없이 늘어져 있기만 하던 아이가 창밖의 자동차를 가리키며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니 꿈만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응어의 문제는 시각장애뿐만이 아니었다. 구순열(언청이), 정신지체 등의 장애를 함께 갖고 태어났다. 음식을 입에 넣어도 대부분 갈라진 입술 사이로 밀려나와 죽이나 물 등 액상 음식밖에 먹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구순열 수술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액상 음식만으로는 영양 섭취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응어 아버지의 수입이라야 하루 7000원에 불과해 수술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런 응어의 기적은 지난해 10월 한국의 열린의사회 의료봉사단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발육상태가 2~3세 수준이었던 응어를 본 의료진은 현지에서 응급 구순열 수술을 시도했다. 그동안 빨대로 겨우 물만 빨아먹으며 연명하던 응어는 수술 후 반년 만에 부쩍 자랐다. 음식을 충분히 먹을 수 있어서였다. 그리고 이번에 각막수술까지 받았다.
엄마는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응어가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학교 갈 엄두도 못 냈는데, 이제 학교에 다닐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면서 “응어를 건강하게 키워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꼭 갚도록 하겠다. 고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열린의사회는 베트남 적십자사와 연계해 응어가 귀국해서도 적절한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현지 의료봉사 때마다 건강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3-04-1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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