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작심하고 누설한 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된 김만복(67) 전 국정원장을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23일 밝혔다.검찰은 김 전 원장의 행위가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으나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정원장으로서의 경험을 회고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공개 사항이 누설된 것일 뿐 작심하고 누설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원장이 공개한 내용 중 일부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고, 누설 시기도 정상회담 후 2∼3년이 지난 뒤라 기밀 누설로 초래된 국가기능의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이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011년 6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과의 글’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한 점도 참작했다.
김 전 원장은 “국가정보기관 수장 출신으로서 ‘비밀엄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잘못과 실수를 범하게 됐다”며 신중한 처신을 다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추가로 기밀 누설을 하지 않았고, 34년간 공직자로 일하면서 공로를 인정받았던 점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국가정보원직원법상 직원의 비밀 누설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을 원했으나, 검찰은 국정원장의 경우 이 법이 정하는 직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국정원직원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형법상 공무상 기밀 누설죄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전 원장은 2010년 10월∼2011년 1월 35인이 공저한 저서 ‘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와 일본 월간지 ‘세카이(世界)’ 2월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강, 주간지 인터뷰 등을 통해 국정원장 재직 시 알게 된 기밀을 누설했다며 2011년 초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김 전 원장은 이런 기고나 강연 등을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평화협력지대’ 건설 합의 과정 등 그간 공개되지 않은 내용 일부를 외부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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