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북한인 사회 빠르게 정상화
북한 식당들이 공연까지 재개하는 등 중국 내 북한인 사회가 ‘탈상(脫喪)’ 후 빠른 속도로 일상에 복귀하는 분위기다.베이징시 왕징(望京) 구역에 있는 유명 북한 식당 평양대성산관은 작년 12월 30일부터 저녁 공연을 다시 시작했다.
운구행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형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28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앞 광장을 떠나 평양시내를 지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영정 차량 뒤로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조화가 따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형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28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앞 광장을 떠나 평양시내를 지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영정 차량 뒤로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조화가 따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이 식당은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 직후 문을 닫았다.
공식 애도 기간이 끝난 12월 29일 문을 다시 열었지만 이날에는 종업원들이 공연을 하지 않았었다.
지난 12월 30일 기자가 찾아간 평양대성산관은 출입구에 눈에 잘 띄지 않는 하얀 국화꽃 다발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제외하면 김 위원장 생전 시절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여종업원들의 얼굴에서도 극단적인 비통에 잠겨 있는 표정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종업원들이 으레 있는 짓궂은 남자 손님들의 농도 웃음으로 받아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공연이 재개됐지만 아리랑 같은 무난한 곡조의 노래나 악기 연주가 주를 이뤘고 ‘휘파람’이나 ‘준마처녀’ 같은 신명 나는 노래는 듣기 어려웠다.
너무 경박한 느낌이 나지 않도록 레퍼토리 선정에도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듯했다.
장사를 하지 않는 동안 평양에서 각종 물자 공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메뉴판에 있는 대동강 맥주는 동나 떨어졌다고 했다.
북한 식당들이 최근 영업을 하지 않았다는 뉴스가 많이 나와서인지 평소 한국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평양대성산관의 홀에는 손님이 반도 채 차지 않았다.
한 손님은 “북한이 이렇게 빨리 공연까지 다시 시작한 것을 보니 북한인들이 철저히 실리 위주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내 북한 식당 가운데 가장 영업이 잘되는 곳으로 알려진 평양대성산관은 작년 9월 국정감사 때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찾아와 식사한 것이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국민들에게 평양대성산관을 포함한 북한 식당 출입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중국에 있는 다른 북한 식당들도 평양대성산관과 마찬가지로 공연을 재개하는 등 운영이 완전히 정상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한 국상 분위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최대한 외화를 많이 벌어들여야 한다는 북한 관계 당국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가무극 ‘양산박과 축영대(양축·梁祝)’ 공연차 중국을 순회 중인 북한 피바다가극단도 김 위원장 사망 소식 발표 직후 충칭시 공연을 중단했다가 애도 기간인 12월 24일 간쑤성 란저우((蘭州) 공연을 재개했다.
이에 대해 피바다가극단 측은 “유지를 관철하기 위해 순회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전체 단원들이 슬픔을 힘으로 전환해 매 회 공연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주변도 활기를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영결식과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던 외교관과 주재원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개점 휴업 상태에 있던 대사관 주변의 북한인 상대 상점들도 영업을 정상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