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할린 한인 학살’ 정황증언 첫 확보

‘日, 사할린 한인 학살’ 정황증언 첫 확보

입력 2012-11-13 00:00
수정 2012-11-13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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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주민 2명, 학살 일시ㆍ장소ㆍ정황 등 증언

국가기록원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러시아 사할린 에스토루(우글레고르스크) 지역에서 벌어진 일본군의 한인 학살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증언을 확보했다.

기존에는 ‘일본군이 누군가를 죽였다더라’ 하는 막연한 증언이 대부분으로, 이번처럼 목격자로부터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 정황을 직접 들은 2차 증언이 확보된 것은 처음이라고 국가기록원은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사할린 에스토루 지역에서 벌어진 일본군의 한인 학살에 대한 기록을 추적한 결과 당시 이 지역에 살던 2명으로부터 구체적 정황증언을 확보했다고 13일 밝혔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사할린에 사는 황순영(78·여)씨는 11살이던 1945년 여름 에스토루에 살던 이모부와 이모부의 동생이 일본군에 의해 학살됐다는 소식을 어머니에게 전해들었다고 증언했다.

황씨는 “이모부 내외가 에스토루로 들어가 농사짓고 살고 있었는데, 일본군들이 전쟁에서 진 1945년 8월 20일께 이모부와 이모부의 동생을 끌어내 뾰족한 나뭇가지로 막 찔러 죽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당시 임신중이었던 이모는 3살짜리 아들과 숨어서 그 상황을 목격했고, 나중에는 땅을 파 굴 안에 숨어있었다고 한다”며 “전쟁이 끝난 뒤 이모는 땅에 묻힌 남편과 시동생을 파내 초상을 치렀는데, 그때 어머니가 다녀오셨다”고 덧붙였다.

1945년 8월 당시 5살이었던 이태엽(72)씨는 나중에 이웃으로부터 전해 들은 또 다른 이웃집 부자의 사연을 증언했다.

사할린에 머무는 이씨는 “이웃에 살았던 최씨가 얘기해줬는데, 에스토루에서 강씨와 부인, 아들 둘로 구성된 일가족 중 강씨와 큰 아들이 일본군에 살해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군이 소련군과 싸울 죽창을 만들라고 해 최씨는 만들러 갔지만, 강씨는 ‘다리가 불편한 큰아들을 돌봐야 해 못 간다’고 하다가 일본군의 칼에 찔려 죽었고, 큰아들은 거기에 항의하다 함께 죽음을 맞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은 2차 대전 전 에스토루 지역에 한인이 1만229명 살았지만, 전쟁 후에는 5천332명밖에 남지 않아 50%가량 감소했다는 1946년 러시아 정부 보고서 초안을 러시아 사할린 국립문서보존소에서 입수해 지난 8월 공개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보고서에서 한인인구가 5천명 가까이 줄어든 이유로 피난이나 귀환과 함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학살을 지목했다.

이 같은 물증에 이어 관련 증언까지 확보됨에 따라 에스토루 지역에서 이뤄진 일본군의 한인 학살 실체가 더욱 분명해지게 된 것으로 국가기록원은 평가했다.

국가기록원 이강수 연구관은 “에스토루 한인 학살 관련 기록을 추적하다가 때와 장소, 인물이 명확한 정황증언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기존에는 모호한 증언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증언은 에스토루 지역의 민간인 학살이 역사적 사실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관계자는 “귀국한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구술기록을 하고 있지만 ‘누군가를 죽였다더라’고 추정하는 증언이 대부분”이라며 “사할린에서 일본군의 한인 학살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증언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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