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난민 “살아 있으니 우린 행운아”

에티오피아 난민 “살아 있으니 우린 행운아”

입력 2012-11-10 00:00
수정 2012-11-1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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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자국정부 인권탄압 고발 ‘눈물 회견’

“그래도 나는 행운아입니다.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요.”

타셈마(가명·28)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에티오피아 난민으로 지난 5월 낯선 한국에 입국한 그는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 목숨을 잃은 가족과 친구가 부지기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타셈마는 한참을 뜸들인 뒤에야 “여전히 에티오피아에 있는 제 아내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 앞에서 에티오피아 난민 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에티오피아 정부의 인권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자유는 음식보다 소중하다.”면서 “에티오피아의 공정한 선거와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에티오피아 정부는 북한과의 무기밀매도 서슴지 않는 부정한 정권”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에티오피아 정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모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는 1995년 집권당 지도자였던 멜레스 제나위가 총리로 취임해 지난 8월 사망하기까지 사실상 독재 체제에 있었다. 제나위는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과 함께 언론과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는 등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독재자는 사망했지만 집권당의 폭정은 여전하다.

모국의 탄압을 피해 한국에 난민신청을 한 에티오피아인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70명. 이 중 29명이 난민 지위나 인도적 체류를 인정받았다. 734명이 난민을 신청해 14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은 파키스탄 등에 비하면 인정률이 훨씬 높다.

에티오피아 난민들을 돕고 있는 정지우(23·여)씨는 “우리 정부가 그만큼 이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커피보다 검고 쓴 에티오피아의 현실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2012-11-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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