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운동 근거지… 폐점 위기 모금으로 넘겨”

“민주운동 근거지… 폐점 위기 모금으로 넘겨”

입력 2012-11-09 00:00
수정 2012-11-0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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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科 책방 30년 인서점 심범섭 대표

“군사독재 시절에 이곳은 책을 파는 가게라기보다는 민주화 운동의 아지트였지. 밤 늦게까지 청년들과 토론하고 삐라 복사하고 그랬어.” 1982년 5월 서울 광진구 건국대 후문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사회과학전문책방 ‘인(人)서점’이 올해로 개점 3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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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점 심범섭 대표
인서점 심범섭 대표
●운동권 청년 숨겨줘 자주 잡혀가

심범섭(70) 대표는 “새벽 2~3시에 누가 문을 두드리면 라면 끓여 먹이고 새우잠 재운 뒤 해 뜨기 전에 몇 푼 쥐어 은신처로 보내는 일이 잦았다.”고 회상했다.

“덕분에 공안에 자주 잡혀가고 책도 수백권씩 압수당했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던 1980년대에 우리 책방은 금지된 서적을 공유하는 저항운동의 근거지였던 거야.”

19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민주화의 싹이 트자 인서점을 필두로 사회과학 서점들이 전성기를 맞았다. 그동안 대놓고 판매할 수 없었던 책들이 책장에 꽂히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990년대 들면서 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인서점도 1995년과 2005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폐점의 위기를 맞았다.

“건대 동문회와 총학생회의 모금운동으로 다시 살아났지. 어두웠던 시절에 등불 역할을 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분들이 우리 서점을 지탱하는 힘이 돼 주었어.”

●인문학 꽃 필때까지 ‘씨앗’ 보존할 것

반평생을 책방 주인으로 지낸 심 대표는 “최근 인문학의 위기는 청년들 탓이 아니다.”면서 “가치관이 다양한 시대에 젊은이의 열정을 끌어낼 만한 가치와 담론을 만들지 못하는 지식인들 잘못”이라고 했다. “인문학적 가치가 다시 꽃피울 때까지 우리 책방 잘 운영하면서 그 씨앗을 보존할 거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11-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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