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여중 김상현 교사, 급류 속 유치원생 3명 구조
“아이들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물에 떠내려가는 데 솔직히 ‘이러다 모두 죽겠다 싶어’ 한 손을 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지난 1일 전북 전주시 전주천에서 온몸을 던져 급류에 휩쓸린 유치원생 3명을 구한 김상현(46)씨는 사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전주성심여자중학교에서 기간제 체육교사로 근무하는 김씨는 사고가 발생한 1일 오전 10시40분께 사고 현장 주변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하던 중에 제자들의 비명에 뒤를 돌아본 김씨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3명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 오고 있었던 것.
김씨는 “아이들을 보자마자 순간 고민이 들었지만 저도 모르게 물로 뛰어들고 있었다”며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제일 앞쪽에 있던 여자 아이를 시민들이 있는 뭍 쪽으로 밀어냈다.
그러고 나서 가방을 멘 채 누운 자세로 떠내려오는 여자 아이 한 명을 또다시 왼손으로 받쳐 들었다. 김씨는 이어 고개를 물에 박은 채 떠내려 오는 전모(7)군을 오른손으로 감싸 안았다.
양손을 못 쓰는 채로 약 20∼30m가량을 떠내려가던 김씨는 뭍으로 나가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양손이 묶인 상황이어서 좀처럼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김씨는 “순간이었지만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전 군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면서 ‘꼭 살려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온 힘을 짜내서 몸을 움직였고 아이 둘을 안은 채 뭍으로 나올 수 있었다.
뭍으로 나온 김씨는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전 군의 상태를 살폈다. 전 군은 빨리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입술도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김씨와 사고 현장에 있던 원불교 교무 박명원(48)씨는 전 군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전 군은 다행히 물을 토해내며 호흡을 되찾았다.
김씨는 “당시에 현장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물에 젖은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 물기를 닦아줬고, 박씨는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알아서 전 군의 목숨을 살렸다”며 공을 돌렸다.
김씨는 사고 수습이 끝나고 학교로 복귀했고 그제야 힘을 쓰다가 앞니가 부러진 것을 눈치 챘다.
김씨는 남은 수업을 마저 하려 했지만 동료 보건교사의 권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김씨의 혈압은 180이었고 체온도 34도로 저체온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병원응급실에 누워있는 데 전 군의 부모님이 와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전 군의 어머님은 러시아에서 온 선교사인데 어눌한 말투로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고 나도 부모님과 함께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세 딸의 아버지인 김씨는 “아이들 모두 건강하고, 전 군도 의식도 돌아오고 건강을 되찾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모두 무사해서 천만다행이고 앞으로도 안 아프고 잘 커 줬으면 좋겠다”며 사고를 당한 아이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갑작스런 유명세가 부담스럽다는 김씨는 인명구조의 공을 인정받아 이날 전북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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