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과거 반인륜범죄 국가배상 시효없어”

대법 “과거 반인륜범죄 국가배상 시효없어”

입력 2011-09-08 00:00
수정 2011-09-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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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학살사건 유족 승소로 파기환송



민간인 학살 등 국가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는 통상의 시효가 지났어도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국가 범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시효 종결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하급심 판결을 바로잡아 피해자 구제의 길을 터준 것으로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8일 6·25전쟁 발발 직전 국군이 민간인들에게 자행한 ‘문경학살사건’ 피해자 유족인 채모(73)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10억3천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해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에 비춰볼 때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진실을 은폐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조차 게을리 한 국가가 뒤늦게 문경학살사건의 유족인 원고들이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며 시효 완성을 이유로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시효완성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경학살사건은 1949년 12월24일 국군 2개 소대 병력이 경북 문경시 산북면 석봉리 석달마을에서 주민 100여명을 모아놓고 공산주의자에게 협조했다는 이유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어린이와 부녀자를 포함해 86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이후 무장공비에 의한 학살극으로 위장됐지만 마을에서 환영받지 못한 데 분노한 국군이 ‘빨갱이 마을’로 지목해 주민들을 학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씨 등 유족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자 2008년 7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문경학살사건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불법행위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5년)가 1954년 12월로 이미 끝나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6월 6·25 전쟁 때 좌익으로 몰려 총살당한 울산보도연맹 회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이번 판결과 같은 취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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