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의 절규가 들리기 시작”

“이제 우리의 절규가 들리기 시작”

입력 2011-09-01 00:00
수정 2011-09-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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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장

“원폭 피해 1세는 물론 2세들도 아주 기뻐하고 있습니다. 2세 환우 1000여명의 하나 된 절규가 이제 정부당국에 들리기 시작한 것 같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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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장
한정순 한국원폭2세환우회장
한정순(52)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은 31일 전화 통화에서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헌법재판소가 원자폭탄 피폭 피해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대해 “2004년부터 환우회를 만들어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부 안의 누구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는데 우리의 존재, 우리의 절박한 호소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흐뭇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주말에 강원도 인제로 야유회를 떠나는 인원을 파악하느라 피해자들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는 그는 “원폭이 투하된 지 66년의 세월이 흘러 많은 피폭 1세들이 세상을 뜨고 있지만 아무런 잘못 없이 부모의 고통을 떠안은 2세들도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눈을 감는 실정”이라며 2세 환우들은 정신질환으로 평생을 병동에 갇혀 지내거나 40대를 못 넘기고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야유회 같은 사소한 일 하나만으로도 그렇게 기뻐하는 우리 환우들에게 헌재의 결정은 그야말로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라고 덧붙였다.

그는 2004년 보건복지부가 피폭 2세들의 실태를 조사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우울증 등의 각종 질환 발병률이 보통 사람보다 현저히 높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이들 2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회장은 “언제까지 일본 정부와 협상 타령만 하고 책임 공방만 벌이느냐. 그 사이 사람들은 죽어나가는데.”라며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피폭 2세인 한 회장은 대퇴부 무혈성 괴사증 등의 질환 때문에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올랐고 큰오빠는 뇌출혈로 숨졌으며 작은오빠 역시 협심증과 심근경색 수술을 받았다. 맏아들도 선천성 뇌성마비로 종일 누워 지내고 있다.

한 회장은 조진래 한나라당 의원의 발의로 17대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에 제출된 특별법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11-09-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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