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단독면담서 설전 벌여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지역의 고교평준화 문제를 놓고 감정섞인 ‘설전’을 벌였다.
18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주호(오른쪽)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협의회에서 서울·경기 등 전국 6개 시·도교육감들은 전격적으로 경기·강원지역의 고교 평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평창 연합뉴스

무슨얘기 오갔나
18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주호(오른쪽)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협의회에서 서울·경기 등 전국 6개 시·도교육감들은 전격적으로 경기·강원지역의 고교 평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평창 연합뉴스
18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주호(오른쪽)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협의회에서 서울·경기 등 전국 6개 시·도교육감들은 전격적으로 경기·강원지역의 고교 평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평창 연합뉴스
포문은 민 교육감이 열었다. 그는 “장관과 교육감은 교육문제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고, 파트너십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면서 “(강원지역 평준화에 대해) 지역청의 의견을 최대한 따라달라”고 점잖게 요청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며 종전의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 교육감은 이어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도 평준화 문제는 비민주적으로 졸속 진행돼 왔다.”면서 “고교평준화는 강원도민 다수가 지지하는 20년된 숙원사업이자 내가 교육감으로 당선될 때 내건 첫번째 공약이기도 하다.”며 발언의 수위를 높여 갔다. 민 교육감의 문제 제기에 난감해 하던 이 장관은 “평준화를 반대하는 세력도 있고, 실무자들도 비선호학교가 생기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아주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4년 (교육감)임기 안에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실무자들의 견해를 들어 화살을 피했다.
이어진 대화에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두 사람은 급기야 감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민 교육감은 “언제까지 교육감들을 미운 오리새끼로 취급할 거냐. 교과부 장관이 (진보적인)교육감들이 하는 사업마다 사사건건 딴죽을 걸고 있다. 이건 교육자치의 기본 정신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교육 현장의 주민 의견과도 배치된다.”고 수위를 한껏 높이자 이 장관도 질세라 “협박성 발언 하지 마라. 고교입시제도는 혼란스러운 문제다.”라고 맞받아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랭하게 돌변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진 가운데 민 교육감은 “이건 국가 차원의 사업이 아니라 지역교육과 관련된 문제다.”면서 “내년도 평준화를 믿고 입시를 준비해온 중학교 2학년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가 입시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 이대로 (평준화가 유보)되면 실망은 물론 혼란이 더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논란은 이후 일정 때문에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됐으나 교과부 장관과 일선 시도교육감들이 갖고 있는 정책적 괴리감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평창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1-01-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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