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시대 활짝 연 태극 소녀들

전성시대 활짝 연 태극 소녀들

입력 2010-09-22 00:00
수정 2010-09-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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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전성기를 맞은 듯하다. 남녀 각급 대표팀이 세계무대에서 잇달아 낭보를 전하며 한국축구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자축구의 활약이 눈부시다.

여자 17세 이하(U-17) 대표팀은 22일 오전(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4강에서 스페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우승까지 바라보게 됐다.

한국축구가 FIFA 주관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통해 FIFA 대회에 첫발을 들여놓고 나서 무려 56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한국축구 대표팀이 그동안 FIFA 주관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지소연(한양여대)을 앞세운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이 지난달 독일에서 끝난 U-20 여자 월드컵에서 작성한 3위다.

그런데 U-17 여자 대표팀이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언니들을 넘어 한국 축구사를 새로 썼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며 갖춰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투자와 관심도 늘면서 한국 여자축구는 일취월장하고 있다.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U-17 여자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올랐고, 지난해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제25회 하계유니버시아드 결승에서는 숙적 일본을 꺾고 역시 대회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며 한국 여자축구의 잠재력을 똑똑히 알렸다.

그리고 올해 U-20 여자 월드컵에서는 3위에 오르며 한국축구사를 새로 썼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한국은 그동안 세 차례나 본선 진출조차 이루지 못할 만큼 여자축구의 변방이었지만 이번에 당당히 강호로 거듭났다.

게다가 주전 공격수인 지소연은 8골로 한국 선수로는 FIFA 대회 역대 최다 골을 넣으며 우수선수상 격인 실버볼과 득점 2위에 해당하는 실버슈도 차지해 세계적 스타의 대열에 올라섰다.

그런데 U-20 여자 월드컵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해 동생들이 더 큰 일을 냈다.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U-17 선수권대회 챔피언 스페인까지 넘어서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한국은 지난해 여자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하면서 내년 독일에서 열릴 여자월드컵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당장 U-20 및 U-17 월드컵의 상승세를 몰아갈 기회가 없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U-17 여자 월드컵에서 빼어난 기량을 보여준 여민지(함안대산고)를 비롯해 U-20 대표팀 주포 지소연 등의 플레이가 절정에 이를 2015년 월드컵 때는 한국 여자축구가 성인 무대에서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충분하다.

단, 세계 제패의 가능성을 확인한 U-17 및 U-20 선수들이 경쟁력을 갖춘 성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은 앞으로 한국축구가 짊어지고 갈 과제다.

FIFA의 이번 대회 참가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18세 이하(U-18) 여자축구선수는 한국이 1천278명으로 스페인(4천190명)의 ⅓에도 못 미친다. 대한축구협회 등록 팀과 선수 현황을 봐도 8월 현재 초등학교 18개 팀 362명, 중학교 17개 팀 397명, 고등학교 16개 팀 345명이 선수로 뛰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 청소년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선전하는 것은 여자축구의 저변이 뒤처진 상황에서 소수 정예의 팀을 꾸려 집중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유소년 단계에서도 클럽 위주로 선수가 키워지는 유럽과 남미의 시스템과 비교할 때 어린 나이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이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이유다. 이번 U-17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을 비롯해 북한, 일본 등 아시아 3개국이 모두 4강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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