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히말라야 女帝’ 되다] 14좌 완등 의미

[오은선 ‘히말라야 女帝’ 되다] 14좌 완등 의미

입력 2010-04-28 00:00
수정 2010-04-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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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개가… “산에서 죽고싶지 않아 더 철저히 준비”

1986년 이탈리아의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가 처음 에베레스트 8000m급 14좌 등정에 성공한 뒤 ‘14좌 완등’은 한동안 많은 산악인의 로망이었다. 오로지 19명의 남성이 성공한 ‘대장정’에 한국의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 대장이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뿌듯한 일이다.

☞[화보]오은선 대장,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성공

‘히말라야의 가장 잔인한 산’으로 꼽히는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27일 올라 여성으로선 세계 최초로 14좌 완등을 이뤄낸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에 대한 평가도 선배 알피니스트들과 같은 잣대로 이뤄져야 한다. 굳이 여성 최초이기 때문은 아니다. 12좌를 모조리 무산소 등정한 ‘여걸’ 겔린데 칼텐브루너(40·오스트리아)나 에두르네 파사반(37·스페인·13좌 등정), 니베스 메로이(49·이탈리아·11좌 등정) 같은 세계적인 여성 알피니스트들과의 경쟁에서 ‘뒤집기’를 했기 때문도 아니다. 1997년 가셰르브룸 2봉을 시작으로 13년째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채찍질해 온 그의 도전정신 때문에 경외심을 품고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오 대장은 안나푸르나 도전에 앞서 “산에서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대비하고 준비한다. 다만 내 운명이 다해서 산에서 죽는다면 행복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배격인 메스너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내 죽음의 장소가 히말라야 설원이라면 행운아다.”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에게 산은 종교이자 구원의 대상이다.

오 대장이 ‘여성 최초 14좌 완등’이란 트로피에 전혀 욕심을 내지 않았을 리는 없다. 하지만 산에 대한 맹목적인, 그래서 더 순수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0-04-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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