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긴급 출격하다가 추락했던 건 정비 불량과 조종 실수 때문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군은 3개월에 걸친 사고 조사 결과 “엔진 연료조절장치에 대한 창정비 작업절차 미준수로 인한 엔진 이상 현상, 조종사의 상황 판단 및 처치 조작 미흡이라는 복합적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30일 밝혔다. 창정비는 기존에 도입된 군사장비를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분해-점검-수리’ 과정을 거쳐 처음 배치됐을 때와 같은 성능을 내도록 정비하는 것이다.
공군 조사 결과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연료조절장치 이상이 확인됐다. 연료조절장치를 담당하는 정비사가 연료 공급량을 조절하는 부품을 바르게 장착하지 못하는 바람에 비행 중 항공기의 출력을 보여주는 계기판에서 엔진 출력이 과다하다고 표시됐고, 조종사가 출력을 떨어뜨리고자 조작했음에도 반응이 없다가 순식간에 출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공군 관계자는 “평소에 작은 범위에서 출력이 변하면 증속과 감속의 느낌이 크지 않은데 크게 떨어지니 평소의 감과 다르게 감속이 된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조종사가 빨리 착륙해야겠다고 당황할 만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엔진은 비정상적으로라도 작동하고 있었는데도 조종사는 엔진이 정지했다고 잘못 판단했다. 급한 마음에 미리 정해진 비상착륙 궤적보다 훨씬 급격하게 선회하면서 항공기가 속도를 잃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공군은 시뮬레이션 결과 조종사가 조치만 제대로 했더라면 비상착륙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군은 조종사, 정비사와 지휘 책임자 일부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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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11시 40분쯤 강원 횡성군 횡성읍 묵계리에서 공군 KA1 공격기가 추락해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횡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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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11시 40분쯤 강원 횡성군 횡성읍 묵계리에서 공군 KA1 공격기가 추락해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횡성 연합뉴스
강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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