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비전없는 공동정부론자 관둬라”… 문재인에 직격탄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3일 ‘민주당-안철수 공동정부론’에 대해 “정권 교체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줄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처음부터 (대선 도전을)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동정부론을 처음 제기한 문재인 상임고문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평가된다. 손 고문은 야권 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국민을 중심에 두지 않고 자기 정파의 패권 확장에만 급급한 세력은 ‘진보의 낡은 껍데기’일 뿐 진정한 진보 세력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통진당이 자기 쇄신을 통해 그 두꺼운 껍데기를 벗어 던져야만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고 민주당과도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표로서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에 야권 대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민노당 당권파들이 왜 야권 통합을 거부하고 독자적 세력을 고집했는지 이유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6/03/SSI_20120603183144.jpg)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06/03/SSI_20120603183144.jpg)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가 구당권파에 대해 “진보가 아니다.”라고 부정한 것은 처음이다. 손 고문의 발언은 현재의 진보 진영에서 구당권파를 배제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혀져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해 정말 진보주의자라면 역사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친노(친노무현) 진영 좌장인 이해찬 후보가 당대표 경선에서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이 후보는 정치적 담합으로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빼앗았고 이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고문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내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대통령 후보로 자기 검증을 거치고 있으며 국가 발전 청사진을 보정하고 수정하고 있다. 사람과 민생이 중심이 되는 진보의 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서울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당초 손 고문과 부인 이윤영씨의 동반 인터뷰로 추진했으나 본인이 고사해 단독 인터뷰가 됐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이 막바지다. 어떻게 보나.
-우리 국민은 무섭다. 처음에 누구누구의 담합(‘이해찬·박지원 연대’를 지칭)이라고 했을 때 선거가 그걸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분들이 적지 않았다. 이해찬 후보는 역량과 정체성, 어디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인재다. 담합은 국민과 우리 당원의 당 대표 선택권을 뺏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짜여진 각본에 의해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그런 의식 수준이 아니다. 잘못된 정치 행태에 대해 국민이 거부했다고 본다.
→당 대표 경선이 유력 대선주자들과의 짝짓기라는 논란도 있다.
-그렇다고 볼 수 있겠는가. 설령 짝짓기가 된들 얼마나 대선에 영향을 미치겠는가. 아무리 계파별로 줄서기를 한다고 해도 이번 선거의 의미는 당내 민주주의 전통을 다시 세우자는 정신의 결과다. 국민과 당원은 그런 짝짓기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경선 결과는 결코 짝짓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대선 흐름에 악영향을 주면서 야권 연대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번 과정에서 보았듯이 ‘낡은 껍데기’에 둘러싸인 진보정당은 국민이 단연코 거부한다. 정파·패권·이념 투쟁은 과거의 잘못된 편향성이다. 진보의 본모습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지난해 야권 통합을 할 때도 당시 통진당 당권파가 야권 통합을 거부하고 왜 독자적 세력을 고집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자기 세력을 구축하고 패권을 확장하는 건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 통진당이 그 낡고 두꺼운 껍데기를 벗는 자기 쇄신을 해야만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고 민주당과도 함께 갈 수 있다. (구당권파) 당사자들이 진정한 진보주의자라면 이제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 자기를 버려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통진당을 바라볼 것이다.
→종북·주사파 국회의원에 대한 사상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나.
-국회의원의 정치적 노선을 인위적인 사상 검증이나 법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국민의 역사적 인식에 비춰 옳은 길을 가는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사상적 색깔 논쟁은 우리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 정체성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민주주의가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다. 이번 통진당의 경우 기본적인 민주적 절차마저 무시한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당원들을 무시한 거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했다. 기본적 절차마저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민주주의 경시 풍토, 이것부터 바뀌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어야 민생의 개념이 나온다.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목표이고 사회적 격차를 줄여 나가고 모든 국민이 인격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진보이다. 참된 진보는 민생을 일으키는 진보이고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진보’가 된다. 진보가 과격하고 급진적이어야 한다는 건 왜곡된 개념이다. 사람과 민생이 중심이 되는 게 진정한 진보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 강세는 어떻게 보는가.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정치를 못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깥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다. ‘백마 타고 오는 신사’에 대한 기대 심리가 안 원장을 호명했다. 그가 우리 사회의 백신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도 깊이 생각하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도 같이 환경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안 원장이 장외 정치로 야권 주자의 지지율을 왜곡하는 엑스맨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국민의 집합적 지혜를 믿는다. 한 사람은 판단을 잘못할 수 있지만 전체 국민은 시대 정신을 반영한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국민은 냉철하게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게 좋을지를 보고 선택한다.
→안 원장과의 공동정부 구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항상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스스로 존중하는 정당을 선택한다. 국민에게 정권 교체를 호소했으면 책임을 다해야 한다. 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비전을 보여 주고 책임감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힘이 없다. 뭔가 할 수도 없다.’고 하는 그런 사람들과 정당에 어떻게 정권을 달라고 말할 수 있나. 처음부터 (대선 도전을) 그만둬야지. 우리 힘으로 새로운 청사진을 선보이고 국민들이 이를 신뢰하면 나라의 정권을 맡기겠지만, 그것 없이 남의 힘으로 정권을 얻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국민이 정권을 주겠는가. 민주당이 열심히 하는 걸 보고 국민이 힘을 보태주면 안 원장의 역할도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대선 후보로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견은.
-걱정이 크다. 박근혜 리더십에 의한 대한민국은 상당히 불안해질 것 같다. 신공포주의 시대가 열릴 것 같은 두려움마저 있다. 우리가 흔히 숨을 쉬면서 산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데 민주주의야말로 망각하기 쉽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다. 민생과 복지, 경제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확실한 소신이 없는 정치인은 사상누각이고 거짓이다. 봉건시대에는 임금이 백성을 먹여 살린다고 했다. 지금은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살 게 해야 한다. 그런데 ‘다 먹여 살려 줄게.’, ‘복지 해줄 테니 잠자코 입 다물고 있으라.’고 하면 되겠나. 항간에 새누리당에는 눈치 주는 사람과 눈치 보는 사람 두 부류만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실화되면 대한민국에는 비극이고 재앙이다.
→대선 출마는 언제쯤 공식화할 것인가.
-민주당이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 전 비대위원장의 강점이 안정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걸 피해서 다른 종류의 리더십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국민이 원하는 건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나는 준비된 리더십이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사명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출마 선언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19대 총선에 불출마한 것 자체가 내 자신의 대권 도전 의지를 보여준 강력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출마할 건데 당선돼서 한두 달 하고 사표 내는 사람들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고 유권자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안동환·송수연기자 ipsofacto@seoul.co.kr
2012-06-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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