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行 가능성..’창ㆍ지ㆍ투’ 머물 수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21일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정부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의 동선에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김 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전 창춘(長春) 이치(一汽) 자동차를 둘러본 뒤 숙소인 난후(南湖)호텔에서 잠시 머물다 창춘역으로 이동, 전용 특별열차를 타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김 위원장의 다음 행선지다. 이는 북ㆍ중 정상회담 개최장소와 직결된다. 김 위원장이 동북3성 지역에 그대로 머무느냐, 아니면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방중의 의미와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선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베이징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움직임이 창춘에서부터 잘 잡히지 않는다”면서 “열차가 하얼빈(哈爾濱)에 서지 않고 계속해서 달렸다면 선양(瀋陽)을 거쳐 베이징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만날 수 있고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을 방문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귀국한 뒤 그와 면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수행원이 70명에 이르는 대규모라는 점도 베이징행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만일 김 위원장이 베이징행을 택한다면 이는 북.중 정상간의 협의가 단순히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정무ㆍ안보적 현안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볼 수 있다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동북 3성의 핵심인 ‘창ㆍ지ㆍ투(長吉圖.창춘ㆍ지린ㆍ투먼)’ 지역에 계속 머물 가능성도 있다는게 당국자들의 관측이다. 지난해 8월 방중 때 김 위원장은 창춘의 난후호텔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이는 이번 방중이 ‘창ㆍ지ㆍ투’ 집중개발과 나선지역 물자수송로 확보를 중심으로 하는 북ㆍ중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는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움직임으로 볼 때 앞으로 있을 북ㆍ중 정상간 회동에서 경제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 보인다.
한 당국자는 “지난해 방중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동북 3성 지역에서 행선지를 시작한 것을 보면 경제 쪽에 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도부와의 만남은 중국측 일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주요 의제는 경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협력뿐 아니라 후계구도 안착, 중국과 유대관계 강화 등 여러가지 의미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까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중국이 변수다. 중국이 계속해서 북한 편들기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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