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만날 준비돼”…정상회담 성사되나

김정일 “만날 준비돼”…정상회담 성사되나

입력 2011-04-29 00:00
수정 2011-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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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8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의사를 지미 카터 전(前) 미국 대통령을 통해 전달해 실현 가능성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제안이 현실화되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으로 대결을 지속하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중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북측 고위인사를 통해 방북 중인 카터 전 대통령 등 ‘디 엘더스(The Elders)’ 대표단에게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나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대통령에게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 정부 들어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현재 남북관계를 가로막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 군부는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로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민간인이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으나 그에 대해 사과하거나 자신들의 연관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언급에 대해 검토를 해봐야 한다”면서 “내일쯤에나 입장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 시각도 묻어났다.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언급이) 새로운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당국자도 “김 위원장이 우리에게 직접 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정상회담을 이런 식으로 제의하느냐”며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카터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북한이 제3자를 통해 우리와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도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섣불리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우리 정부와 이 대통령의 요구 수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저질러놓은 일에 대해 사과표시를 해야 한다.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해 진지한 마음으로, 진정한 자세로 대답을 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모든 회담에 적극적으로 할 것이고 6자회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에 언제든지 응할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남북관계에) 당장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전략적 결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밑 조율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북측으로부터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언급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다.

여권이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가운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국면전환을 위해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한층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정부의 유연한 대응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분당에서 승리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29일 오전 카터 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북측이 정상회담을 제안한 전후 사정을 청취할 것으로 보여 회동 후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이번 방북 결과를 당국간 대화로 연결하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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