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톡톡 다시 읽기] 賈府에 투영된 18세기 中의 풍요

[고전 톡톡 다시 읽기] 賈府에 투영된 18세기 中의 풍요

입력 2010-06-14 00:00
수정 201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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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들도 금은보석 치장 비단옷에 회중시계 착용 주방엔 온세상 요리가…

가부(賈府)의 화려함은 친척 덕을 보려고 가부를 찾아온 유씨 노파의 시선을 통해서 드러난다. 18세기 중엽, 중국 권문세가의 물질적·문화적 화려함과 우아함은 유씨 노파라는 시골뜨기의 시선에 어떻게 포착되었는가. 그녀는 출입이 엄하게 단속되는 규방의 구석구석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

유씨 노파가 처음으로 가부에 찾아왔을 때다. 그녀는 어린 시녀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화려한 비단 휘장과 향기로운 냄새, 눈부시게 빛나는 가구와 장식품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녀는 비단옷에 금은보석으로 장식한 평아(시녀)의 꽃 같은 얼굴과 옥 같은 용모를 보고 아씨라고 생각하고, 아씨라고 부르려고 했다. 그 정도로 이 집은 부리고 있는 시녀마저도 아름답고 재능이 출중하다!

얼마 있자, “어디선가 째깍째깍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체 나무통을 치는 것 같은 소리였다. 어리둥절해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데 대청 가운데 기둥 위에 매달린 나무상자가 눈에 띄었다. 상자 밑에 매달린 저울추만 한 물건이 쉬지 않고 흔들리고 있었다.”(6회) 유씨 노파가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생각하고 있을 때 홀연 “땡!”하는 소리가 아홉 번 났다. 마치 쇠북이나 경쇠가 울리는 소리. 그것은 바로 괘종시계였다. 시녀들은 회중시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가부의 일을 봤다.

유씨 노파는 순박한 시골의 풍취를 느끼려는 가부의 여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향긋한 맛과 쫄깃쫄깃함이 예사롭지 않은 음식을 먹게 된다. 그런데 이 요리가 가지절임이란다, 유씨 노파가 평상시 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어떻게 이럴 수가! “세상의 모든 요리 이름을 주방 칠판에 써놓고” 하나씩 이름을 지워가면서 요리를 만든다는 가부의 주방. 마님들이 일상적으로 먹는다는 가지절임의 레시피를 살펴보자.

우선, 방금 따낸 가지의 껍질을 벗기고 속살을 실같이 가늘게 썰어서 닭기름에 튀긴다. 다음으로 닭 가슴살과 표고버섯, 죽순, 목이버섯, 오향을 넣어 말린 두부, 각종 말린 과일 등을 가늘게 썰어 닭 국물에 졸인 후에 말린다. 그런 다음 참기름을 치고 향유로 무쳐 사기 항아리에 넣어 봉해 두었다가 먹을 때 볶은 닭고기와 비비면 가지절임 완성이다(41회). 정말이지, 화려하지 아니한가!

2010-06-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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