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으로 알 수 있는 남성건강학!

정액으로 알 수 있는 남성건강학!

입력 2010-06-12 00:00
수정 2010-06-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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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하는 말 치고는 다소 엉뚱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가끔 투명인간을 꿈꾸고는 합니다. 만약 인간의 몸이 투명해서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신체에 생기는 변화를 빠짐없이 알아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X-ray나 MRI 검사를 받는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의사들 역시 골치 아프게 이것저것 질문할 필요도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몸을 훤히 들여다볼 수 없기에, 질병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신체가 보내는 온갖 신호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몸에서 내보내는 각종 분비물은 몸의 이상 여부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중요 요소들 중 하나입니다. 눈물이나 콧물, 땀을 비롯하여, 여성의 경우 질 분비물과 생리혈로도 건강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성은? 그렇습니다. 바로 정액입니다. 정액은 남성 건강, 특히 비뇨기계 관련 질환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액은 성관계 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여성 질 속의 산성을 중화 시키는 등 정자가 난자에 잘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급행열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이 열차에 이상이 생긴다면 여기에 타고 있는 정자들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없겠지요. 따라서 그만큼 각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성인 남성의 한 번 사정 시 배출되는 정액의 양은 2~5ml 정도이고, 여기에는 1ml당 6000만 마리의 정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정자들이 여성의 난자를 만나 수정이 되면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되는 것이지요. 또한 정액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고환과 부고환, 정관 및 사정관, 정낭을 지나 전립선에 이르기까지 남성 생식기를 이루는 거의 모든 부위를 지나치기 때문에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긴다면 정액에 즉각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남성들은 정액 색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반투명한 흰색의 정액은 그 성분의 비율에 따라 흰 빛이 더 짙어지거나 누런 빛을 띠기도 하기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주의해 살필 것은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갈색 빛을 띠는 경우입니다. 이는 과로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지만 자주, 길게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아 그 원인을 알아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비뇨생식기관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액의 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분비량입니다. 보통 정액의 양은 성관계 횟수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성관계 후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정액의 양이 원상복구 되지 않는다면 위험신호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정액의 양은 대개 노화에 따라 호르몬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분비량이 확 줄었다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액의 양은 대체로 남성호르몬 분비량에 영향을 받아 전립선 기능이 떨어지면 정액 생산량도 함께 떨어지곤 합니다. 정액 양이 줄어들면 사정력 감소에 따라 극치감도 줄어들 수 있으므로 짜릿함이 덜할 수밖에 없겠지요.

만약 이런 징후들을 발견하고도 치료를 늦추거나 병원 찾기를 망설인다면 쓸데없이 병을 키우게 되어 완치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비뇨기계 질환은 일찍 발견할수록 완치율이 높아지는 만큼, 자신의 건강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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