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바흐의 위대한 음악 언어로 변주 ‘참신한 시도’

거장 바흐의 위대한 음악 언어로 변주 ‘참신한 시도’

입력 2010-09-25 00:00
수정 2010-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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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환 ‘골드베르크 변주곡’

지금은 의심을 받지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심한 불면증을 앓던 한 러시아 대사의 청탁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사는 잠자리에서 듣기 좋은 음악을 원했고, 바흐는 변주곡 형식의 작품을 만들어 보냈다. 그러나 정작 불면의 밤을 보낸 것은 이 곡을 연주하려는 후대의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쳐내기가 쉽지 않아 유명 피아니스트들도 공개 연주를 꺼리는 곡으로 ‘악명’이 높다.

까다로운 곡이라도 임자는 있었다. 괴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독창적 해석과 리듬감 넘치는 타건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훌륭하게 소화해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글렌 굴드는 따로 떼낼 수 없는 관계다.

소설가 서준환이 등단 9년 만에 처음 내놓은 장편소설 ‘골드베르크 변주곡’(문학에디션 뿔 펴냄)에도 글렌 굴드를 연상시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로 유명해진 피아니스트 길렌 골드문트다. 유서 깊은 음악 도시 비히니스부르크의 골드베르크 재단의 초청을 받은 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언어’로 변주해 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그는 피아니스트, 작가, 기타리스트, 작곡가, 성악가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15명을 불러 모아 언어의 유희 가득한 변주를 시작한다.

“저는 애초부터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말로 변주해 보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사람들이 제 연주를 좋게 평가해 준 것도 어쩌면 평소부터 이렇듯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음악적 양식을 언어로 옮겨 보려는 연습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말과 글이 음악과 이질적이라고 하셨지만 꼭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습니다. 음표와 문자는 서로 아무 상관도 없고 우리에게 전달될 때의 기능도 전혀 다르게 나타나니까요. 하지만 그것을 움직여 가는 상상력의 측면에서는 각각의 뿌리가 맞붙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전부터 개인적으로 해왔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 녹음으로 연주 인생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굴드가 소설을 통해 생애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말로 음악을 연주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할 수 있겠다.

거장의 뛰어난 음악을 ‘언어로 변주’해 보려는 시도는 참신하다. 그러나 15인의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낯선 장소와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전개하는 이야기는 대중적 난이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0-09-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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