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처럼 사랑하라

산소처럼 사랑하라

입력 2010-09-25 00:00
수정 2010-09-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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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 황영애 지음 더숲 펴냄

우리는 왜 공부를 할까? 무엇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한 번도 제대로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화학이라는 세계를 통해 그 해답을 알려주는 ‘화학에서 인생을 배우다’(더숲 펴냄)가 출간됐다.

저자 황영애(63) 상명대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40년 동안 화학을 연구하고 강의한 과학자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화학이 ‘정말 아름답고, 우리 인생과 완벽하게 닮았다.’는 것을 깨닫고, 정년을 몇 년 앞둔 어느 날부터 주변 지인들과 제자들에게 화학현상을 인생에 비유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책에는 원자의 구조부터 시작해 플라스마, 동소체, 오존, 촉매, 엔트로피 등 많은 화학적 개념이 나온다. 예를 들면 산소의 성질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도 누군가에게 너무 집착하면 그 사람을 불행하게 할 뿐 아니라 생명까지 잃게 할 수도 있다. 한편 산소는 어떤가? 산소가 많아지면 그 주변에서 산소를 원하는 정도가 작아지니 금속에 결합한 채로 있고, 부족해지면 결합해 있던 산소가 해리되어 필요한 곳으로 간다. 이처럼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 주위 환경이 원하는 방향으로 금속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산소의 성질 때문에 생물체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는 산소처럼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확실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아야 할 자리에서는 훌훌 털고 떠나갈 수는 없을까?”

저자는 학창시절 내내 공부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지만 타고난 수줍음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선뜻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그저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화학만은 달랐다. 그에게 화학은 언제나 정확했고, 공명정대했다. 하나가 모자라면 상대방에게 내 것을 내어주었고, 어떤 욕망 따위에도 휩쓸리지 않는 꿋꿋함과 당당함을 갖고 있었으며,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하게 존재하는 것은 없었다. 그때부터 저자는 화학을 과학으로서 바라보기보다는 또 하나의 깨달음의 세계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화학에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9-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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