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 “능청스럽지만 시큰한 음악…또래에 공감되길”

페퍼톤스 “능청스럽지만 시큰한 음악…또래에 공감되길”

입력 2014-08-20 00:00
수정 2014-08-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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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하이파이브’ 발표…빈티지 사운드에 ‘오토튠’ 배제한 보컬

어떤 노래에선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는 30대의 두 남자.

노래 곳곳에 나이 든 ‘티’가 드러나는 것은 그게 가감 없는 지금의 모습이기 때문이란다. “시대를 같이하는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인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 이상 33)의 5집 ‘하이파이브’(HIGH-FIVE) 이야기다.

지난 14일 발매된 5집은 밝고 유쾌한 정서를 골자로 하는 이들 음악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들이 20대이던 1~3집에서 들려준 치기와 허세, 파라다이스를 꿈꾸던 공상, ‘똘기’ 충만한 상상은 한층 현실에 맞닿은 가사로 변모돼 공감을 증폭시킨다.

최근 강남구 신사동에서 인터뷰한 두 사람은 “낙천적인 우리가 소탈하게 사는 이야기를 음악에 담았다”며 “조금 나이가 드니 능청스럽고 여유 있게 풀어가면서도 시큰함을 주고 싶었다. 농담 가득한 영화를 봤는데 따뜻한 느낌 같은. 그래야 마음에 남는 노래가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세곡의 타이틀곡인 ‘굿모닝 샌드위치 맨’과 ‘캠퍼스 커플’, ‘몰라요’는 각각 출근길 지하철에서의 백일몽, 청춘에 대한 아련한 기억, 연애의 어려움을 위트 있게 그려냈다.

이장원은 “3집까지 사랑과 일상의 얘기를 안 하는 게 특이점이었는데 이번엔 ‘몰라요’ 같은 본격 연애 이야기도 했다”며 “이번 앨범은 ‘러브러브’하다”고 웃었다.

신재평은 “그러고 보니 이별의 처벌함을 담은 노래도 없었던 것 같다”며 “겁나 이별해봤는데…”라고 거들었다.

앨범의 사운드는 한층 심플해졌다. 기타 리프도 겹겹이 쌓지 않고 소리가 외롭게 들리더라도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내려고 노력했다.

대신 빈티지한 맛을 내기 위해 마이크 수를 줄이고 오래된 앰프를 쓰고 1960년대 유행한 모델의 악기를 구입해 녹음했다. 드럼도 소속사의 협소한 녹음실에서 카펫을 깔고 녹음해 톤을 맞췄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 가수가 앨범 제작 과정에서 거치는 오토튠(불안한 음정을 보정해주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오토튠을 안 한 건 처음”이라며 “우리가 노래 잘하는 가수가 아니란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크게 웃었다.

초기 앨범에서는 여성 객원 보컬을 대거 기용했던 점을 감안할 때 점차 적극적으로 보컬에 참여하는 대목도 변화다.

”예전에는 화사하고 밝고 프레시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 음악은 여성 보컬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은 그런 강박관념이 좀 없어진 것 같고 남자가 불러도 좋을 법한 음악이 써지고 있죠. 직접 노래할 때 손수 만든 노래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신재평)

사운드를 단출하게 하고, 객원 보컬 비중을 줄인 건 음악을 감상하기보다 경험하는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는 방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앨범 소비가 줄어든 대신 공연 시장이 살아나 우리도 공연에 주력하고 있다”며 “둘이 공연하려니 단순한 사운드로 만들어야 무대에서 그대로 구현할 수 있고, 우리가 직접 노래해야 기동력을 높일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처럼 수록곡 14곡 중 10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점도 변화된 음악 환경에 적응하려는 선택이다.

이제 음악은 귀로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볼거리를 제공해야 지루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4편을 공개했고 앞으로 6편을 차차 선보일 예정이다.

3집 때부터 함께 작업한 우문기 감독이 ‘싼값’에 찍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줬다. 두 사람이 한강 공원에서 배드민턴 하는 걸 원테이크로 찍거나, 셀프 카메라로도 만들 생각이라고 한다.

신재평은 “두 살 동생인 우문기 감독도, 우리도 인디에서 출발해 인디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며 “그래서 영상이 허술해 보이면 안되지만 잘 나고 예뻐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다. 셋이 ‘쿵 짝’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다섯 장의 앨범을 손에 든 지난 10년의 추억은 뿌듯함으로 귀결된다. 과학고 출신인 둘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99학번 동기로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이장원은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컴퓨터 음악을 전공하고 있다.

신재평은 “처음 야망처럼 대중음악사에 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아이돌 틈바구니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살아남았다는 뿌듯함이 있다”며 “이대로 계속 끈질기게 버티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제 친구들 중 교수님도 있어요. 그게 정말 신기하죠. 하지만 친구들이 부럽진 않아요. 조명, 환호도 받아본 제가 더 재미있게 산 것 같으니까요. 후회는 없어요.”(신재평)

이장원도 “때론 음악이 일이 돼 스트레스도 받지만 애초 시작이 ‘재미있으니 이거 할래’였다”며 “물리, 수학 교수님 된 친구들 보면 중학교 때부터 남달랐다. 서로 대단하다고 여기니 그게 건전한 것 아닌가”라고 거들었다.

둘은 인생 가치의 공통분모가 있다 보니 음악을 함께 만들고 부르는 시간 동안 큰 불협화음도 없었다.

신재평은 “우리가 싸우는 건 정말 사소한 일”이라며 “’앨범 제목을 대문자로 할까, 소문자로 할까’, ‘노래를 꺾어서 끝낼까, 평탄하게 끝낼까’ 같은 답이 없는 것들이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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