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서 남편잃은 새댁의 ‘눈물도 마른 추석’

천안함서 남편잃은 새댁의 ‘눈물도 마른 추석’

입력 2010-09-18 00:00
수정 2010-09-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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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은 무슨, 목발을 의지해도 간신히 한두 걸음을 뗄 수 있는 아들을 병상에서 바라봐야 하는 아비의 마음을 누가 알겠어요…”

지난 3월 천안함 피격사건 직후 구조돼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던 생존 장병 58명 가운데 머리 등을 다쳐 부상이 가장 심했던 신은총 하사.

그동안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신 하사는 이달 말 전역을 앞두고 지난 9일 전역 휴가를 나왔다.

하지만 섬유통증 증후군 등 사고 후유증과 살아 돌아온 죄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전역 휴가를 받았지만 성치 않은 몸 때문에 인천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또 입원해 추석을 맞게 됐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은 다가왔지만 목발을 의지해야 겨우 한두 걸음을 떼는 아들을 병상에서 지켜봐야 하는 아버지 신원향씨의 눈에서는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신씨는 아직도 명예 회복은 고사하고 관심조차 못 받는 아들과 같은 처지의 생존 장병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내려앉고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생존 장병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은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신씨는 “전우를 잃은 생존 장병들은 지금까지도 혼자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자신의 아픔을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며 추석을 앞둔 심경을 전했다.

그는 “아빠, 예전과 같이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까요?”하며 병상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들을 병상에서 바라봐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누가 이해해줄 수 있겠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어요, 살아 돌아온 아들이 겪어야 할 ‘고통의 무게’가 아주 컸던 거죠. 부디 빨리 건강을 되찾으면 하고 생각하죠.”

한편, 군 검찰이 천안함 피격사건과 사후 보고과정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군 고위 간부들을 입건한 것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서 그는 함께 책임질 사람이 많은 데도 현장지휘관들만 처벌하는 것은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일이라며 답답해했다.

희생 장병의 가족 역시 사랑하는 아들, 아빠, 남편을 그리워하며 애달픈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

고 정범구 병장이 두 살 때 남편과 이혼하고 정 병장을 키워온 어머니 심복섭(48)씨는 22년 만에 아들 없이 추석을 보내게 됐다. 그는 추석날 아침 아들 위패를 모신 절에 다녀올 예정이다.

평택 2함대 해군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올해 5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지난해 3월 미리 혼인신고를 했던 고 강준 상사의 아내 박현주(29)씨는 전남 고흥에 있는 시댁에서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

그는 이달 마지막 주 대전 현충원으로 남편을 보러 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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