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박기원展
국립현대미술관이 ‘2010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박기원(46)은 미술관에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특정 공간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경험하는 것을 작품의 완성으로 보는 박기원의 작품세계는 미술품을 수집하고 잘 보존해서 후세가 널리 감상할 수 있게끔 하는 미술관의 목적과는 반한다. 다음달 30일까지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박기원의 개인전 제목은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다.박기원
미니멀 아트(작품의 색채·형태·구성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미술사조)를 촉발시킨 바넷 뉴먼의 1966년 작품 제목 ‘누가 빨강 노랑 파랑을 두려워하랴’를 빌린 것이다.
이번에는 국립현대미술관 2000㎡(605평) 공간에 2000m의 시트지를 붙이고(작품 제목 ‘배경’), 2t의 가는 철사를 풀어 쌓아 올리고(‘희미한’), 비닐 소재의 투명한 벽(‘에어월’)을 만들었다.
박기원은 “가장 좋은 전시는 몸과 마음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넓은 벌판과 숲을 실내로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두께 0.2㎜의 철사는 건초 더미처럼 보인다. 관람객들이 숲에서 산책하는 기분을 주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얘기다. 처음에는 스펀지를 미술관 바닥에 설치하려고 했으나 화재 위험 때문에 솜털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가는 철사로 대체했다.
작품 ‘배경’은 옥색의 시트지를 중앙홀 전체에 펴 발랐다. 관람객은 신발을 벗고 미술품 위를 걸어다니며 대화를 나누거나 바닥에 앉아 온몸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4-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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