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티 입은 흑인 모두 가둬라”…미국의 인권 현실

“후드티 입은 흑인 모두 가둬라”…미국의 인권 현실

강병철 기자
입력 2016-08-11 17:42
수정 2016-08-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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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무부, 경찰에 만연한 ‘인종차별 행태’ 지적

미국에서 흑인을 상대로 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 과잉대응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 법무부가 현지 경찰 조직에 만연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행태를 지적한 보고서를 내놨다.

미 공영방송 NPR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경찰에 대한 15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가 담긴 163쪽의 보고서를 통해 현지 경찰이 그들이 보호해야 할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흑인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흑인을 상대로 한 일상적인 불심검문, 별다른 이유 없는 폭력과 학대 등 부당한 대우가 사실로 드러났다.

예컨대 현지 경찰이 불심검문 등을 위해 정지를 요구한 사례는 흑인 1000명당 520건에 달했으나 백인은 1000명당 180건에 불과했다.

한 흑인 남성은 4년간 30차례나 정지 요구를 받았으나 한 번도 기소되지 않았다. 2010∼2015년 최소 10차례 정지를 요구받은 410명 가운데 95%가 흑인이었다. 같은 기간 흑인 외 다른 인종 가운데서는 12번 이상 정지를 요구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경찰 관리자가 순찰 경찰관들에게 흑인 청년들이 모여있을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불심검문을 하라고 지시하거나 “후드티를 입은 흑인들은 모두 가두라”고 한 사례도 있었다. 한 경찰관은 페이스북에 “범죄자들을 시민처럼 대우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NPR은 보고서에 적시된 사례는 인종차별, 공권력 과잉 사용, 부당한 불심검문, 발언의 불법적 제한, 비판에 대한 보복, 청소년과 정신 이상자에 대한 비합리적인 무력 사용, 성폭력 신고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4월 볼티모어에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에 체포된 뒤 호송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도중 척추에 중상을 입고 결국 1주일 뒤 목숨을 잃은 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의 과잉 대처 논란이 불거지면서 볼티모어 폭동으로 이어졌고 법무부가 수사에 나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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