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반발에 한발 물러선 트럼프 “가자 재건 구상 강요 안 해”

아랍권 반발에 한발 물러선 트럼프 “가자 재건 구상 강요 안 해”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5-02-23 23:42
수정 2025-02-2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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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강제이주·터전 강탈 논란에
가자 독립 지지해온 주변국도 반발
트럼프 “그저 추천할 뿐” 수위 낮춰
이스라엘, 수감자 석방 전격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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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23일(현지시간) 하마스와 휴전 당시 합의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전격 연기한 가운데 무장한 하마스 대원들이 전날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서 이스라엘 인질 2명을 군중 앞에 세워 둔 모습. 인질들은 ‘석방 문서’를 들고 감사연설을 했다. 누세이라트 UI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23일(현지시간) 하마스와 휴전 당시 합의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전격 연기한 가운데 무장한 하마스 대원들이 전날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서 이스라엘 인질 2명을 군중 앞에 세워 둔 모습. 인질들은 ‘석방 문서’를 들고 감사연설을 했다.
누세이라트 UI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재건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이주, 터전 강탈 논란이 일단락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재건 계획과 관련해 “내 계획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강요하지 않겠다”며 “그저 물러나 편히 지켜보면서 추천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르단과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의사에 반해 이주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내 구상을 거절했다”면서 “우리가 요르단과 이집트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말해 조금 놀랐다”고 덧붙였다.

요르단과 이집트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구들과 국경을 맞댄 아랍 국가로, 트럼프가 가자 주민 이주 후보지로 거론한 국가들이다.

앞서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아랍 국가에 영구적으로 재정착시킨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하면서 개발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가자지구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통치 지역인데 이곳을 미국이 소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원래 살던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고 미국이 그 땅을 갖겠다는 구상은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라는 비판이 일었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지지해 온 주변 아랍국들도 반발하며 파문이 일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지난 20일 “우리가 퇴거 계획을 추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가자지구 재건 포기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휴전 당시 합의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620명의 석방을 전격 연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23일 성명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유에 대해 “하마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석방 전 존엄을 모욕하고 선전행사에 동원했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전날 이스라엘 인질 6명을 석방했는데, 이 과정에서 인질들을 군중 앞에 세우고 하마스 대원들 머리에 입을 맞춘 뒤 ‘석방 감사연설’을 하게 했다. 하마스는 지난 8일에도 이스라엘 인질 3명을 석방하기 전 차량에 태워 가자지구를 돌게 한 뒤 무대에 세우고 감사연설을 하도록 했다.
2025-02-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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