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불바다’ 따라한 트럼프 ‘화염과 분노’ 발언…위협 악순환

‘北불바다’ 따라한 트럼프 ‘화염과 분노’ 발언…위협 악순환

입력 2017-08-09 10:35
수정 2017-08-0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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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이 그런 말을…한반도 예측 불가능성 높이고 北계산착오 위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을 놓고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를 베낀 듯한 지나친 비유라는 비판에서부터 안그래도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는 우려까지 곳곳에서 제기된다.

◇ “역사상 유례가 없는 발언…北위협 따라한 것 분명”

문제의 발언은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는 북한 매체가 걸핏하면 내놓는 ‘불바다’ 언급을 연상시킨다는 게 외신들의 공통된 평가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역사상 유례가 없다”며 “이런 화법이 북한의 발표와 닮은 것처럼 들린다면 실제로 그렇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서울 불바다’를 포함한 역대 북한 당국의 과격한 발언 사례들을 열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6일 “미국이 핵 방망이와 제재 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본토가 상상할 수 없는 불바다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노동신문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을 “정신병자”라고 지칭하며 직접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것으로는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언어”라며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향해 내놨던 위협을 명백히 따라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 외신·전문가 “한반도 불안정성 높였다”…핵공격 암시 지적도

그러나 북한의 호전적인 언어 표현과 과장된 위협은 사실 상투적인 문구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미국의 대통령이 같은 식으로 맞대응해 ‘말의 전쟁’에 불을 붙인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미 위험한 한반도 ‘핵 교착상태’에 더 많은 예측불가능성을 던졌다고 염려했다.

가디언은 이번 언급이 “대치 중인 양쪽에 모두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지도자가 있으며, 그들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스트롱맨’ 이미지를 굳히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서로 모순되는 강경론과 대화론이 엇갈리며 대북 정책 혼선을 노출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예측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계산 착오’의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조건부 대화’ 언급 하루 뒤에 나왔다.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 비확산 선임국장은 가디언에 “김정은은 편집증 환자”라며 “만약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선취공격과 계산착오를 할 위험이 극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핵 비확산 전문가인 조지프 시린시온 ‘플라우셰어스 펀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로운 한국전쟁을 시작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부소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말의 전쟁”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팔 부소장은 “우리가 수사적으로 받은 만큼 우리도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아마추어적인 생각”이라며 “어떤 단계까지는 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에는 진흙탕 속으로 우리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멘트는 그가 아마도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진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며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극단적인 조치가 불안정한 지역 정세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명백히 핵공격을 암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북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3단계 로켓이나 수소폭탄과 같은 차세대 핵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도 막는 데 트럼프 행정부가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FTNI)의 해리 카자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오늘 북한이 핵보유국이 됐다고 역사에 기록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 북한을 완벽하게 제재할 30일의 시한을 준 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중국에 무역보복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 미 정가도 비판 세례…“전쟁 위험 높일 때 아냐”

미국 정가에서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도높은 비판과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 중진인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한반도 상황은 이미 충분히 불안정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된 코멘트는 이런 상황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외교가 유일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적었다.

같은 당 데이비드 시실린(로드아일랜드) 하원의원도 트위터에서 “지금은 표현의 수위를 높여 세계를 전쟁의 위기에 처하게 할 때가 아니다”고 했고, 베티 매컬럼(민주·미네소타)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위험하고 전쟁의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여당인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마저 피닉스 KTAR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지도자는 행동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적을 협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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